기업활동에서 얻은 수익을 주주와 나누는 배당은 이익이 많으면 커지고 반대일 때는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우리 기업 가운데 이런 원칙을 지키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고배당주로 불리는 상장사들이 좋은 예다. 이익이 줄었는데 배당을 늘리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손해를 봤는데 배당하는 곳도 널려 있다. 오너가 있거나 외국인의 영향력이 강한 기업일수록 더 심하다. 지난해 외국인 배당금 상위 10개사 중 8곳의 순이익 대비 배당금 총액 비율(배당성향)이 유가증권시장 평균보다 2~5배나 많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과도한 배당은 기업과 국가경제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수익은 줄어드는데 곳간에 있어야 할 현금을 주주에게 퍼주다 보니 설비확대나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여력이 기업에 남아 있지 않은 탓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급작스런 사태가 터졌을 때는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이러고서는 기업이 성장할 수도, 우리 경제가 그토록 바라는 투자확대를 이끌어내기도 힘들다.
상장사는 실적을 통해 투자자에게 답을 해야 하는 존재다. 이를 무시한 무조건적 고배당 약속은 일정 기간 주가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지속성을 담보하지는 못하는 마취제일 뿐이다. 비록 늦었지만 KT의 배당정책 변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장은 뒤로 한 채 고배당 뒤에서 안주하려는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외면당한다는 사실을 다른 상장사도 기억하기 바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