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 대표의 서한에 대해 "야당이 그동안 국회 논의들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서지 말라고 계속 얘기해오지 않았느냐"며 "나는 관여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국정원 의혹 사건에 대해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한다"며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래도 국정원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그 절차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정조사 실시 여부는 국회가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란 견해를 분명히 했다.
앞서 김 대표는 노웅래 비서실장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대통령의 침묵이 계속되고 집권당의 국정조사 합의 파기 상황이 계속 이어지다가 6월 국회가 이대로 끝나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더욱 심각한 위기에 놓일 것"이라며 "(27일 한중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야당 대표가 정국 현안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김 대표는 이어 "지난 대선의 정당성과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일은 오직 국정원 대선개입의 전모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관련자들의 지위 고하를 떠나 예외 없이 엄벌함으로써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흔들기 위한 국정조사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저는 투쟁하기보다 나라발전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하지만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려는 대통령의 결단이 없다면 민주당은 기어코 싸울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빠른 결단이 있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보낸 서한은 이날 오전 중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달됐으며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뒤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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