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보쉬와 50%씩 보유하고 있던 케피코의 지분을 보쉬로부터 1,709억원에 전량 인수했다고 1일 밝혔다. 현대차는 "보쉬와의 합작관계 종료에 따라 케피코 사업의 일부를 양도 받는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보쉬로부터 전자식 제어 가솔린 분산시스템 및 전자식 제어 송신시스템 중 보쉬가 기존에 케피코에 라이선스를 허용한 특정상품의 제조 및 공급에 관한 영업권을 넘겨 받을 예정이다. 시점은 12월1일부터 2015년 1월까지로 예정돼 있다.
이로써 현대차는 보쉬와의 지분관계를 24년 만에 청산하고 케피코를 단독으로 경영하게 됐다.
케피코는 1987년 현대차와 보쉬, 일본 미쓰비시전기 계열인 멜코 등 3개사가 공동 설립한 차량용 반도체 등 전장부품회사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장치와 부품을 만드는 케피코는 설립 초기에 현대차의 지분이 50%였고 보쉬와 멜코가 각각 25%씩을 소유했다. 이후 보쉬가 멜코 지분을 모두 가져와 현대차와 보쉬가 50대50 비율로 케피코를 공동 경영해왔다.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전장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현대ㆍ기아차에 적용할 때 보쉬와의 마찰이 잦아지면서 지분관계 정리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쉬가 일부 제품 개발 과정의 핵심적인 부분은 공개하지 않은 것도 보쉬와의 합작관계를 끊는 원인이 됐다는 후문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 스스로 상당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보쉬로부터 자립해 전장기술 개발에 전념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현대모비스ㆍ카네스ㆍ현대오토에버ㆍ케피코 등의 계열사별로 나눠져 있던 전장 연구기능을 하나로 묶은 현대오트론을 설립해 차량용 반도체 등 전장부품 기술력 확보에 나섰다. 현대오트론의 경우 현재 연구개발(R&D) 기능만 모여 있지만 향후 생산 및 제조 기능까지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편 현대차는 현대오트론을 전장기술 개발회사로 육성하기 위해 앞으로 2년 안에 연구개발인력을 1,0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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