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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월 11일] 넘치는 돈 생산자금으로 유도해야

경기는 가라앉고 있는데 시중에는 돈이 넘쳐 흘러 탈이다. 지난 2월 광의의 통화(현금통화+요구불예금+2년 미만의 금융상품) 증가율은 13.4%로 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11%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올 들어 그 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투자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 집계를 보면 지난해 10대 그룹의 사내 유보율(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것)은 788%로 1년 전보다 93%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는 코스피 546개 기업의 유보율보다 112%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쌓아두기만 하고 설비나 연구개발에 재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시중에 돈이 넘치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미래가 불확실하다 보니 여유자금이 생산자금화하지 못하고 재무적 투자에만 몰리는 것이다. 재무적 투자에 돈이 쏠리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나친 사내유보는 과도한 배당과 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과잉 유동성은 물가상승을 자극해 경제 전반에 고비용 구조를 초래할 수 있다. 넘치는 돈이 투자로 이어짐으로써 고용과 소비ㆍ성장을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들은 투자 걸림돌로 수도권 규제,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을 지적하고 이의 개선을 요구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해 여대야소가 됐다. 그동안 여소야대 상황에서 어려웠던 각종 법령과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 기업애로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어제 기준금리를 8개월째 동결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불안하기는 하지만 금리정책도 기업투자를 촉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필요가 있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재테크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면 정책적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새 정부가 투자에 장애가 되는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기업들도 분발해야 한다. 어려울 때 투자를 해둬야 호경기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 기업들은 불경기나 정부규제만 탓할 게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로 경제활력 회복과 성장동력 확충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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