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후문 위쪽에 와룡공원이 있고 여기서 한양도성 성곽을 넘으면 북정마을이라는 ‘달동네’가 있다. 북정마을은 상대적으로 부촌인 성북동에서도 예외다. 이는 지형적 특징 때문이다. 성곽 아래 산기슭에 집들이 들어서 있는데 경사가 심할 뿐 아니라 전통건축에서 꺼리는 북쪽방향이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다. 해방 이후 피난민들이 몰려들면서 달동네가 됐다. 만해 한용운의 집이었던 ‘심우장(尋牛 莊)’은 1933년 이곳에 자리 잡았다. 집은 역시 북향으로 조선총독부를 등지고 있다. 일제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상징적 행동인 셈이다. 한용운은 결국 해방을 보지 못하고 이곳에서 1944년 생을 마감한다. 심우장은 사진의 현판에서 위쪽으로 50m 가량 더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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