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서 7이닝 9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2대2 상황에서 강판 돼 승패 없이 물러났다. 류현진은 2대2 동점이던 7회 말 공격 때 대타 야시엘 푸이그로 교체됐고 다저스는 7회 말 득점에 실패했다. 108개의 공(스트라이크 73개)을 던져 탈삼진 6개에 시즌 성적은 12승5패. 올 시즌 21번째 선발 등판에서 16번째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하고 평균자책점을 3.44에서 3.39로 낮춘 데 만족해야 했다. 와다 쓰요시(5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2실점)와의 한·일 선발투수 대결에서도 판정승했다.
하지만 두 차례 적시타를 맞은 구종이 전부 체인지업이어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1회 초 2사 2루에서 오른손 타자 스탈린 카스트로를 상대해 바깥쪽 시속 134㎞짜리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1타점짜리 중전 안타를 맞았다. 2대1로 앞선 7회 2사 1루에서는 오른쪽 타석에 선 아리스멘티 알칸타라에게 오른쪽 담장을 직접 맞히는 '홈런성 2루타'를 내줬다. 볼카운트 1-1에서 같은 구속에 비슷한 코스로 들어온 체인지업이었다. 알칸타라만 잡았다면 4연승으로 시즌 13승을 찍을 수 있었다.
류현진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으로 살짝 휘면서 떨어져 헛스윙 유도에 그만이다. 하지만 이날은 헛스윙 대신 방망이에 제대로 걸렸다. 류현진이 지난달 28일 12승을 거두고 직접 밝힌 것처럼 지난달 새로 장착한 '고속 슬라이더'에 신경 쓰다 보니 체인지업에 소홀해진 것이다. 고속 슬라이더 구사를 위해 팔 각도를 올리면서 체인지업 제구가 무뎌진 것으로 보인다. 체인지업은 슬라이더와 반대쪽으로 회전을 줘야 하는 구종이다. 그렇다고 체인지업을 던질 때만 팔 각도를 낮추면 타자가 구종을 쉽게 구분해 난타당할 위험이 크다.
경기에서는 연장 12회 2사 1·2루에서 터진 핸리 라미레스의 끝내기 3점 홈런을 앞세운 다저스가 5대2로 이겼다. 전날 2대8 패배를 설욕한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와의 격차를 3.5경기로 벌리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질주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7회 2사 1루에서 체인지업을 3개 연속 던진 것에 대해 "포수 사인대로 던졌다. (2루타를 맞은 3구째도) 2구처럼 낮게 던졌어야 했다. 높게 들어간 실투였는데 (알칸타라가) 놓치지 않고 잘 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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