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에 불을 지피며 화려하게 정치권 전면에 부상한 정운찬 국무총리의 재임 10개월은 역대 어느 총리도 겪지 못한 도전과 좌절의 시간이었다. 29일 공식 사퇴를 선언한 정 총리는 지난해 9ㆍ3 개각에서 한승수 전 총리에 이어 이명박 정부 2대 총리로 지명됐다. 총리로 지명되기 전까지 민주당 등 야당으로부터 영입설이 끊이지 않았기에 그의 총리직 수락은 그야말로 정치권 최대 이슈로 정치 지형마저 뒤흔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총리직 수락 후 정 총리는 "경제학자인 내 눈으로 볼 때 세종시는 효율적인 모습이 아니다"며 수정론을 공식 언급했다. 이후 정 총리는 '친서민 중도실용'의 기조에 맞춘 이 대통령의 전격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해 9월 29일 취임 후 총 13차례에 걸쳐 충청권을 찾아 수정안 관철을 위한 행보에 집중했다. 그러나 충청권에 기반을 둔 자유선진당과 민주당 등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데다, 여권에서조차 친박(친박근혜계)계를 중심으로 수정안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 총리의 수정안 행보는 난관에 봉착했다. 결국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 관련 법안이 부결되면서 정 총리는 극심한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때때로 '설화(舌禍)'에 휩쓸려 곤욕을 치르기도 한 정 총리는 급기야 지난 달 3일 대통령과의 자리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후 한 차례의 기자회견과 또 한 차례 대통령과의 자리 등 총 세 차례에 걸친 사의 표명 끝에 정 총리는 이날 학자의 자리로 돌아갈 것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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