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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거꾸로 가는 국유기업 개혁… 민간 진입장벽 사실상 더 높여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 담은 '신36조 시행세칙' 발표후 기간산업 진출 되레 더 막혀<br>원유 수입허가 안내주는 등 국유기업 지배력 더 강화돼


중국 동부 산둥성에서 정유업을 하고 있는 민영 기업가 왕모씨는 요즘 사업할 맛이 나지 않는다. 중국 정부가 올 초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모델 전환을 위해 정유, 철도 등 그 동안 국유기업이 독점해오던 주요 기간산업을 민간에 개방한다고 천명했지만 오히려 규제가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민간경제 활성화 방안인 '신 36조 시행세칙'을 내놓기 전에는 제한적이나마 국유기업과의 경쟁 요소가 있었는데 발표 후에는 오히려 구체적인 진입 조건이 제시되면서 민간 기업에게는 경쟁 기회조차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한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원자바오 총리 주재 국무원 회의에서 국유기업 독과점 철폐, 민간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신36조'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7월 금융, 철도, 에너지, 관광 등 22개 분야에 대한 민간의 진입장벽을 대폭 완화하는 시행세칙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국유기업 중심의 양적 투자, 수출 일변도의 성장모델을 효율과 창의 주도의 질적 성장 모델로 전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갈수록 위축되는 민간경제의 활성화가 절대 과제라는 판단에서였다. 또한 공산당과 철저한 공생관계에 있어 부패와 비효율의 온상이 되고 있는 국유기업을 개혁하겠다는 명분도 있었다.

중국 유력 주간지인 경제관찰보 등 현지 언론들은 민간 단체, 민영 기업가를 인용해 대형 국유기업 등 기득권의 반발로 당초 계획했던 민간경제 활성화 방안이 후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둥성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리모씨는 "신 36조 시행 방침이 처음 발표된 지난 2010년 이후 중국 석유 국유기업이 시노펙인 오히려 산둥성의 민영 주유소 38개를 추가 인수했다"며 "정부의 민간기업 활성화 정책과는 오히려 반대로 국유기업의 시장 장악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리씨가 운영하는 주유소는 5개에서 2개로 줄었다.

민영기업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인 중국공상연합회의 좡총셩 부회장은 "대형 국유기업들의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 하기 때문에 실제 민간기업에게는 여전한 진입 장벽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예로 정유산업에서는 민간 기업에게도 원유 수입 허가를 내줘야 하는데 일당 독재의 공산당과 한 몸과 마찬가지인 국유기업이 이를 절대로 용인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 국유기업의 독점 산업인 철도 부문 개혁도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기준으로 2조4,300억위안의 빚을 지고 있는 철도부는 지난해 원저우 고속철 참사까지 터지면서 심각한 재정난에 처해있다. 이를 위해 철로 건설, 역사 등 여러 부문에서 민간 투자를 개방해 자금을 끌어들이는 한편 철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을 올 초 발표했지만 민간업체의 진입 조건, 운영에 따른 수익 분배 등 세부 조건이 확정되지 않아 민간업체의 진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고속철 전문가인 왕멍슈씨는 "철도 부문에 대한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이 투자 이후에 국유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유기업에 유리한 각종 인허가 등 제도적 규제 손질 외에도 금융제도권 시장에서 민간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국유기업은 은행업을 독점하고 있는 국유은행으로부터 저금리로 대규모 지원을 받고 있지만 민간 업체는 이들에 대한 문턱이 너무 높아 살인적인 초고금리의 지하 사채에 의존하고 있다.


자취 감춘 "국유기업 개혁" 목소리



18차 당대회서도 언급 안해
"당·지도부와 사실상 한몸… 국유기업 기득권 세력 승리"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빈번히 거론되던 '국유기업 개혁'이라는 화두가 지난달 18차 공산당대표대회(당대회) 전후를 계기로 중국 당국에서 자취를 감췄다. 시진핑 총서기 시대의 앞으로 정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난 18차 당대회 보고(18차 당대회 개막식때 후진타오 전 총서기가 발표한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담은 보고문)를 보면 되레 국유기업 개혁에 대한 의지가 퇴색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보고문에는 "국유자본을 국가안전과 국민경제의 명맥에 중요한 업종과 주요 영역에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있다. 국유기업을 개혁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좀 더 키워나가야 할 국가 자산으로 본다는 의중이 실려있는 대목이다.

또 지난 5년 전의 17차 당대회 보고에서 언급한 "독점업종 개혁을 심화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국유기어에 대한) 정부의 감독관리와 사회의 감독관리를 강화한다"는 문구는 빠져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공산당과 사실상 한 몸인 국유기업의 기득권 방어 세력이 개혁 세력에 일단 승기를 거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총자산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60% 안팎에 달하는 국유기업은 중앙정부 산하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가 관할하는 중앙 국유기업 120여개를 포함해 전국에 14만여개가 있다. 굴지 석유기업인 시노펙 회장 등은 당 중앙 주요 요직과 주요 성 서기로 발탁되는 등 대형 국유기업은 당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국영기업의 회색 자금들이 당의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 공산당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내놓는 중국의 대표적인 원로 자유주의 시장경제학자인 마오위스 톈저경제연구소 이사장은 "국유기업의 이익은 태자당(당 혁명원로의 자제)과 같은 특권 세력과 연계돼 있어 국유기업의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원하는 수준의 소득분배 균형을 이루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덩샤오핑과 왕전, 천윈 등 중국 3대 혁명원로 자제들이 보유한 국유기업 자산이 무려 1조6000억달러(약 1,700조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이에 앞서 지난 6월 시진핑 총서기 일가 재산이 부동산을 포함해 총 4억3,160만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10월에는 뉴욕타임스가 원자바오 일가 재산이 27억달러에 달한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들 지도자 일가의 이 같은 천문학적인 재산 축적은 진실 여부를 떠나 국유기업이 중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집권층과 얼마나 유착돼 성장해 왔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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