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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 동기 양희영 우승에 '우승없는 강자' 최운정 관심

우승 스트레스요? 즐기는 골프하죠!

골프 통한 사람들과 만남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투어 돌며 배우는 게 좋아

우승 집착하는 것 보다는 상금순위 오르는 것에 만족

작년 10위… 올해는 9위 목표


양희영(26)과 최운정(25·볼빅·사진)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동기생이다. 양희영이 한 해 먼저 데뷔하기는 했지만 출전 대회가 한정된 조건부 시드였다. 풀시드 출전은 지난 2009년부터였다. 최운정도 퀄리파잉(Q)스쿨 플레이오프를 거쳐 극적으로 2009시즌 풀시드를 얻었다. 둘은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이름만 영어(양희영은 에이미, 최운정은 첼라)를 쓴다. 170㎝가 넘는 큰 키도 공통점이다.열아홉 살 최운정은 2009년 LPGA 투어 최연소 신인이었다. 양희영은 2006년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리틀 박세리'로 유명했던 양희영과 주니어 상비군 발탁이 전부였던 최운정은 데뷔 이후 동병상련의 처지였다.

4년 넘게 LPGA 투어에서 우승이 없었다. 2013년 10월 국내에서 열린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양희영이 첫 승을 거뒀을 때 최운정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1일 태국에서 끝난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양희영이 17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할 때도 가장 먼저 달려 나가 축하 물세례를 선물한 것 역시 최운정이었다.

심리적 슬럼프를 극복하고 2승을 쌓은 양희영의 성공 스토리가 부각되면서 관심은 자연스럽게 최운정에게로 옮아간다. 최운정은 아직 우승이 없다. 준우승 여섯 번의 양희영처럼 최운정도 우승 문턱에서 돌아선 경험이 많다. 2012년부터 3년간 매년 한 차례씩 준우승을 경험했다. 혼다 타일랜드 대회장에서 최운정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장염에 걸려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운정은 나흘간 5언더파(공동 29위)를 쳤다. 지난해 31개 대회 개근이 말해주듯 최운정은 출전 자체를 즐긴다. "대회 전날에는 서 있기조차 힘들었는데 그래도 기권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마지막 라운드까지 치렀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기특하다랄까요."

최운정은 지난해 동료들이 뽑은 모범선수상을 받았다. 성실하고 남에게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라 인기가 많다. 팬들도 다국적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팬에게 오렌지색 부채를 선물 받았다. 오렌지는 최운정의 트레이드 마크다. 오렌지색 공을 쓰고 오렌지색 의상을 주로 입다 보니 '오렌지걸'로 불리게 됐다. 최운정은 "생일 때도 가방이든 지갑이든 오렌지색 선물만 들어온다"고 했다.

최운정은 양희영과 공통점이 많지만 골프를 대하는 자세는 완전히 다르다. 골프가 싫어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다는 양희영과 반대로 최운정은 골프가 싫을 때가 없었다. 정확히는 골프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고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즐긴다. 최운정은 "나는 어릴 때부터 잘 쳐본 적이 없었다. 배우는 게 좋아서 시작한 투어 생활"이라고 했다. 승부 근성이 없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못지않게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스타일로 동료들 사이에 유명하다. "힘들게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몸의 변화를 확인하는 게 재미있다"고 한다.



정답은 없다. 양희영처럼 자신의 내면과 치열하게 싸우는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최운정 같은 스타일도 있다. 최운정은 올해 목표도 우승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하면 좋겠지만 그것 때문에 나한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는 않다"며 "매년 상금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10위(104만달러)였으니 올해는 9위가 목표"라고 했다.

통산 상금 3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최운정은 지난해 31개 대회에서 29차례 컷을 통과했다. 톱10에는 10차례 들었다. 버디 수 2위, 언더파 라운드 횟수 7위 등 모든 면에서 직전 해보다 나았다. "지난해는 저 자신에게 칭찬 좀 해줬죠. 우승 못했다고 아쉬워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요." LPGA 투어는 최근 '우승 없는 톱 골퍼'로 최운정을 1위로 꼽기도 했다. 최운정은 지난해 1월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집을 마련했다. 톱10에 들 때마다 수고한 자신에 대한 선물로 작은 가구를 들여놓다 보니 지금은 공간이 좁아졌다.

최운정의 캐디는 경찰 출신인 아버지 최지연(56)씨다. 8년째 골프백을 메고 있다. 우승만이 목표는 아니지만 아버지 얘기에는 최운정도 어쩔 수 없었다. "아빠와 호흡을 맞출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잖아요. 그래도 아직 새 캐디를 구하고 있지는 않아요. 제 바람은 아빠와 첫 우승을 하는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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