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직장인 B씨는 증권사에 개설한 주식위탁계좌를 개설한 뒤 한동안 방치해 뒀다. 회사 일이 바빠져 주가를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던 데다 종합주가지수도 한동안 하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계좌를 살펴봤더니 증권사 직원이 B씨의 허락없이 주식을 매매해 손해를 끼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경우 B씨는 어떻게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까?
A. 증권사 직원에게 계좌관리를 맡긴 사실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증권사 직원이 마음대로 고객 계좌에서 주식 매매를 하여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를 '임의매매'라고 한다. 고객이 실수로 비밀번호를 누설하거나 증권카드 또는 인장, 통장을 증권사 직원에게 위임한 경우에 주로 발생하는 문제다. 이럴 때 고객은 증권회사와 그 직원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그 손해를 보전받을 수 있다.
증권사 직원의 임의매매가 인정될 경우 고객은 임의매매가 없었다면 계좌에 남아 있을 금액(A)에서 고객이 임의매매를 알게 된 당시 계좌에 남아 있는 금액(B)을 뺀 차액(A -B)의 60~90% 가량을 배상받을 수 있다. 법원이 차액을 전액 배상하라고 판결하지 않는 이유는 고객에게 비밀번호를 누설하거나 증권카드를 분실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객 계좌에 주당 5,000원하는 갑회사 주식 2주가 있었다고 가정하자. 증권사 직원이 고객의 허락도 없이 갑회사 주식을 팔고, 주당 2,000원하는 을회사 주식 5주를 매수했다. 나중에 고객이 이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 을회사 주식이 주당 1,000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면 고객은 증권사와 직원에게 5,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가 있다.
그런데 고객이 증권사 직원의 임의매매를 알게 된 시점에 을회사 주식이 주당 1,000원으로 떨어지고 갑회사 주식이 주당 1만원으로 올랐다면 고객은 증권사와 직원에게 갑회사 주식을 2주 매수하여 달라는 청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임의매매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고객이 임의매매 사실을 알고 항의하면 담당직원은 '잘 굴려서 원금을 회복해주겠다'고 제의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고객이 설득을 당하여 앞으로 거래까지 포괄위임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손해가 더 커지더라도 법원은 고객이 설득 당한 행위를 기존 임의매매 손해를 용인한 것으로 보고 소송에서 증권사 직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식거래를 한동안 쉴 때에는 주식계좌에 들어있는 돈을 CMA 등 다른 계좌에 이체해놓는 게 임의매매를 방지하는 방법이다.
김진필 법무법인 대상 변호사ㆍ한림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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