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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내 펀드 괜찮아?"
입력2008-01-28 16:11:55
수정
2008.01.28 16:11:55
펀드투자자들이 당황하고 있다. 증시가 급락하면서 펀드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환매를 해야 할지 이대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할지 선택이 어렵다.
그래서 요즘 은행창구에는 “내 펀드는 괜찮냐”는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펀드투자자들의 고민은 지금과 같은 급락장 상황이 처음이라는 데 있다. 지난 수년간 펀드투자는 은행금리보다 몇 배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정말 괜찮은(?) 투자수단으로 인색돼왔다. 그런데 사정이 바뀌었다. 글로벌 증시가 조정에 들어가면서 펀드투자로 큰 손실을 보게 됐다. 그것도 아주 짧은 기간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폭이다. 실제 올들어 주식형 펀드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ㆍ해외 모두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설정된 지 꽤 오래 된 펀드조차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률을 다 까먹을 위기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을 휩쓸던 ‘펀드신화’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펀드의 위기상황은 대한민국 대표펀드로 불리는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를 보면 더욱 선명하다. 이 펀드가 어떤 펀드인가. 남다른 통찰력(insight)으로 한국금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국내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으며 진두지휘하고 있는 펀드다. 박 회장은 지난해 10월 말 출범 당시 지구촌 어느 시장에나 돈이 되는 곳에 투자한다는 글로벌자산배분펀드를 표방하면서 단기간에 4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시중 자금을 모두 빨아들인다고 해서 ‘자금 블랙홀’ 은행돈이 모두 이 펀드로 들어가면서 시중 은행의 금고가 비었다고 해서 ‘은행강도’로 불리기도 했다. 은행권으로부터 금융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 펀드는 출범 이후 단 한번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원금만 20% 넘게 까먹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인 마이너스 15%에도 못미치는 마이너스 18% 수준이다. 한마디로 형편없는 성적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글로벌 증시가 고점을 찍을 때 설정된데다 운용자금의 대부분이 설정초기에 들어와 원금을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투자원금에서 손실률이 20%를 넘어서면 환매를 생각한다. 더 떨어질 경우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 허용폭’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대부분의 펀드들이 이 손실 허용폭의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펀드 환매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펀드의 대량환매가 발생하는 펀드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장기투자자들의 경우 여전히 상당한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적립식 펀드투자가 많은 국내 펀드시장 상황상 펀드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에 아직은 무게가 실려있다.
하지만 앞으로 증시 조정이 길어질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펀드가 한국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이어갈지 오히려 한국 증시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는 역풍으로 작용할지 속단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우리 펀드시장이 새로운 증시환경을 맞아 기로에 서 있다는 것 뿐이다. 펀드투자자들이 길어지는 조정장을 어떻게 인내할지에 우리 펀드시장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펀드시장의 위기상황, 더 나아가 한국 증시의 불안정성을 축소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단타 투자문화를 바로잡는 것이다. 선진국 투자자들의 경우 펀드는 대부분 10년 이상의 장기투자 개념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우리는 1년이면 중기투자, 3년만 넘으면 장기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심지어는 펀드로 단타투자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내펀드 괜찮냐’는 질문은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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