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나누기' 열풍이 불고 있다.
학교 먹거리 나누기, 일자리 나누기, 상권 나누기 등은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또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중에는 무조건적인 무상 나누기도 있고 경제적 강자와 약자 간의 나누기도 있고 경제자유구역ㆍ기업도시ㆍ혁신도시 등 지역 발전사업 나누기도 있다.
나누기의 철학은 인류의 역사 과정에서 계속적으로 제기된 주제였다. 사냥한 동물을 놓고 어떻게 나눌 것인지 고민했던 인류의 여명기부터 세계가 하나의 촌락을 이루는 오늘날의 초 문명사회에 이르기까지 나누기는 늘 역사의 갤러리에 걸린 도전적인 스케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직 한번도 제대로 된 명작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왜일까.
AD 212년, 로마 제국의 카라칼라 황제는 안토니우스 칙령을 공포했다. 이 칙령은 이탈리아 반도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만 주어졌던 로마 시민권을 제국의 속주민에게도 모두 부여하는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통 큰 나누기 정책이었다. 그 이전에 속주민은 군인이나 의사, 교육자 등으로 장기간 로마제국에 봉사한 경우에만 주어지는 이른바 체제기여 인센티브였다.
그러다 카라칼라 황제가 '로마제국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은 제국의 신민으로서 로마인과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그야말로 근대의 천부인권론과 다를 게 없는 착한 명분을 내걸고 칙령을 공포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무참했다.
로마 시민권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는 '획득권'이 아닌 그냥 주어지는 '당연권'이 되자 로마 제국을 지탱해온 군인ㆍ의사ㆍ교사 지망자가 격감했고 과거 속주민에게 거둬왔던 속주세도 걷지 못하게 됐다.
이런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로 로마는 서서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결국 물밀 듯이 밀려오는 북방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멸망해 대다수 시민권자는 시민이 아닌 농노의 신세로 중세 천년을 견뎌내야 했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나누기가 나쁜 결과를 가져온 '나누기의 역설'이 꼭 안토니우스 칙령 만일까. 한국 경제가 점점 저성장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우울한 경고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지금은 나눠서 결국 같이 쇠약해지는 '안토니우스의 나누기'가 아니고 나눌수록 더 많이 남는 '오병이어의 나누기'를 고민하는 경세(經世)의 지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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