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교체설에 시달리는 팀 쿡(사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8월 말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승부수를 던졌다.
스티브 잡스 창업자에 비해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올 가을부터 내년까지 놀라운 신제품 시리즈를 내놓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새로 나올 제품들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를 맞추지 못할 경우 오히려 쿡 CEO의 조기퇴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직후 회계연도 3ㆍ4분기(4~6월)에 순이익 69억달러, 주당순익 7.47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기의 주당 9.32달러보다 22%나 줄었지만 시장 예측치인 7.31달러는 웃도는 수준이다. 매출도 353억달러로 지난해 동기의 350억달러, 시장 전망치인 350억달러를 모두 소폭 웃돌았다.
이 같은 기대 이상의 실적은 아이폰 판매가 3,120만대로 시장 예측치인 2,650만대를 크게 초과했기 때문이다. 애플 주가도 시간외거래에서 주당 437.94달러까지 오르며 이날 장 마감가인 418.99달러보다 무려 5%나 상승했다.
특히 쿡 CEO가 앞으로 몇달간 새로운 종류의 신제품 시리즈를 출시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주가급등을 이끌었다. 피터 오펜하이머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신제품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올 가을은 애플에 매우 바쁜 기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도 기대감을 한껏 나타내고 있다. 토페카캐피털마켓의 브라이언 화이트 애널리스트는 "올해가 (애플에) 잊고 싶은 한 해라면 내년은 새로운 혁신제품의 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투자가들은 애플이 이르면 9월부터 캐시카우인 아이폰 후속 모델이나 아이패드미니 후속 모델, 스마트워치, 쌍방향TV 등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과거 아이폰5가 혹평을 받은 것처럼 신제품들이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나는 경우다. 아이팟ㆍ아이폰ㆍ아이패드 등 주력군의 경쟁력이 갈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신제품 기대까지 무너질 경우 쿡 CEO에 대한 주주들의 원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2ㆍ4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는 웃돌았지만 투자가들의 불안은 잠재우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미국ㆍ일본을 제외하면 중국 판매가 14% 줄어드는 등 나머지 시장에서 모두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전체 매출과 순익도 전년동기보다 오히려 줄었다. 또 아이폰을 제외한 아이패드ㆍ아이팟 등의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마이클 요시카미 데스티네이션웰스 CEO는 "신제품도 아닌 아이폰이 그토록 많이 팔린 게 놀랍다"며 "앞으로는 새로 나올 제품들이 (애플 향방의)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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