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날씨 변덕을 종잡을 수 없다. 쨍하고 맑은 듯하다가 갑작스런 폭우로 우산 없이 나선 이들을 종종걸음 치게 만들기 일쑤다. 매년 장마기간 중 비 피해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경제위기도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10년 주기로 발생했던 것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더욱이 금융시장이 글로벌화되면서 위기의 충격은 큰 데 확산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 결과 정부주도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부실자산 처리여부가 위기 극복의 성패를 좌우하게 됐고 사전적ㆍ상시적인 구조조정 전담기관의 역할이 확대될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부실자산 발생시 정부가 적극 개입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사태 해결을 위해 재무부 주관으로 민관합동 부실자산 매입프로그램을 시행했고 영국은 금융투자공사(UKFI)를 설립해 부실금융회사의 관리주체와 부실자산처리기구를 일원화시켜 운영 중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외환위기를 헤쳐오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이 있다. 대규모 공적자금(39조2,000억원)을 투입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내에 설치한 부실채권정리기금이 111조원의 천문학적인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회수율 123%라는 유례없는 성과를 거뒀다. 기업 인수합병(M&A),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 선진금융기법을 국내 금융시장에 도입하는 기회도 마련했다. 특히 대우계열사 등 많은 기업들이 기업회생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시 경제플레이어로서 활발히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노하우들은 사장시키면 안 되는 소중한 국가자산이다. 이는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 2009년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위기 극복 모범사례로 소개되는가 하면, 각국 정부와 부실채권정리기관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 노하우 전수 요청이 쇄도해 지난 5월 캠코 주도로 아시아 경제위기 공동대응을 위한 국제공공자산관리기구 포럼(IPAF)을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캠코는 5조6,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부실채권을 매입해 이들의 종합자활을 돕고 있다. 중소기업이 자체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자산매각 등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매입ㆍ매매중개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부실예방 차원의 구조조정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재기 의지가 있는 기업인의 기술과 경험, 기업가 정신이 사장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비 피해는 당한 후 복구하는 데 급급하다. 우리 경제도 위기를 겪은 후에 이를 극복하기보다 경제우기(雨期)에 든든히 버틸 수 있도록 상시적인 기업구조조정 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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