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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에 걸면 코걸이 될 경제민주화 4호 법안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금융회사 대주주가 배임이나 횡령에 연루되면 아예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의 4호 법안을 내놓았다. 대주주가 배임과 횡령 등으로 얻은 재산상 이익이 5억원을 넘을 경우 금융 계열사 지분을 강제 매각하도록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천모임은 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2금융권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야당의 관련법안과 여러모로 유사한 것을 보니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선명성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실천모임은 일부 저축은행 사례에서 드러났던 모럴해저드를 방지하고 금융산업의 건전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기준조차 불명확한 배임죄를 폭넓게 적용할 경우 경영판단의 자유를 침해하고 금융시장 전반에 큰 혼란을 미칠 우려가 클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경영상 판단에 따른 합리적인 결정조차 사후에 문제 삼는다면 정상적 경영활동이 마비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마련이다. 우리은행이 파생상품에 투자해 배임시비에 휘말렸다가 결국 무혐의 판정을 받은 것이나 KB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 은행 인수결정으로 논란을 빚었던 것은 정치권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만약 대주주 중 일부가 금융 분야와 무관한 이유로 적격성을 갖추지 못해 다른 대주주까지 주식처분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면 사유재산권 침해일뿐더러 자기책임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대주주가 배임사건에 연루된다면 형이 확정될 때까지 거취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회사 이미지는 추락하고 고객재산의 안정성도 흔들리게 된다. 지난해 제2금융권에 대한 적격성제도 도입이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입법과정에서 폐기됐는데 이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은 시장에 혼란만 주는 무리한 사후규제를 추진하기보다 사전예방과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사전검증 형태로 이뤄져야 하며 이사회 강화를 통해 전횡을 방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또한 배임의 행위기준과 범위가 지금처럼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배임에 연루됐다는 이유만으로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무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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