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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팽창이 빚은 '美 월가의 굴욕'

빚으로 돈놀이 하다가 제 덫에 걸려 패닉에 빠져<br>시스템문제 해결 없인 공적자금 투입도 '미봉책'


지난해 여름 1,000억달러 규모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시작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이제 연방정부가 1조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거대 투자은행들을 집어삼키며 전세계 시장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뉴욕 월가 위기의 본질과 전망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뉴욕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투자자금의 30배가 넘는 레버리지(빚)를 일으켜 돈놀이를 하다가 제 덫에 걸려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월가가 붕괴할 조짐을 보이자 오랫동안 시장자율론자임을 자처해온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회장을 역임한 헨리 폴슨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주 말 전격적으로 시장 개입을 선언했다. 시장론자인 그들은 연방정부가 대규모 물량을 투입하지 않거나 중앙은행이 관치금융을 하지 않으면 금융시장이 대공황 이래 최악의 패닉에 빠질 것이라는 위기감에 공감한 것이다. 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 월가가 지난 1930년대 이래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하고 3위인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됐다. 5위인 베어스턴스는 3월에 JP모건에 매각됐고 2위 모건스탠리마저 인수자를 찾아 헤매 남은 것은 골드만삭스뿐이다. 월가의 다섯 빅브러더스가 러시안 룰렛 게임을 벌이다 공멸 직전에 놓여 있는 것이다. 패니매ㆍ프레디맥에 2,000억달러, AIG에 850억달러,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인수할 정리신탁공사(RTC) 설립에 7,000억달러 등…. 리먼브러더스 매각 때 미국인들의 혈세를 한푼도 넣을 수 없다던 미국 연방정부가 이미 우리나라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에 해당하는 1조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월가의 잔치는 끝났다. 최근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1970년대부터 시작한 달러 본위제, 글로벌 단일 금융체제, 금융기관의 무한 팽창 등이 엮어낸 것이다. 미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쏟아붓는다고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의 본질이 해결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원천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공적자금 투입은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금융사들이 불건전 투자를 일삼는 데는 미국과 영국의 책임이 있으며 금융인들 스스로가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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