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아크릴로 표현한 '파격적 동양화'

석철주 개인전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겸재 정선의‘박연폭포(왼쪽)’를 재해석한 석철주의‘박연폭포’

김홍도의 제자로 한국화단을 이끌었던 청전 이상범(1897~1972)이 말년에 안채를 새로 손봐줬던 한 동네 사는 목장(木匠)이 그림을 곧잘 그리는 아들이 있다고 해 그의 집을 찾았다. 그는 올해 열 여섯이라는 아이가 눈이 맑고 영특해 난을 그려주고 왔다. 며칠 뒤 사내아이는 채본이 시커멓게 되도록 연습한 그림을 들고 청전의 집을 찾아왔고, 청전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5년 여간 그를 문하에 두고 가르쳤다. 화가 석철주(59ㆍ추계예술대 교수)는 이렇게 동양화의 전통을 물려받았다. 스승에게는 먹ㆍ격ㆍ준법 뿐 아니라 정신을 배웠다. 하지만 그는 “동양화는 먹을 사용하는 재료의 한계가 아니라 정신세계에 근간이 있으므로 다양한 재료로도 보여줄 수 있다”고 일찍 생각을 열었고 먹과 아크릴을 혼용하며 파격적인 색감으로 그만의 예술 세계를 찾아갔다. 3년 만에 그의 개인전이 열리는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 들어서면 푸른빛 ‘매화초옥도’가 펼쳐지고, 꽃분홍 ‘박연폭포’가 떨어진다. 몽환적인 작품들은 ‘맹물 묻힌 붓’으로, 수묵화를 그리듯 단숨에 완성했다. 물로 그리는 그림, 지움으로써 드러나는 이미지를 설명하던 작가는 아예 자리를 펼쳐 창작 시연을 보였다. 캔버스에 여러 겹 아크릴을 칠해 만든 바탕(판)을 흰색으로 다 덮은 뒤 물 묻힌 붓으로 그려내면 흰색이 지워진 자리에 밑색이 드러난다. “모든 것은 물감이 마르기 전에 이뤄집니다. 미리 만든 바탕을 앞에 두고 구성과 마음가짐을 정리한 뒤 호흡을 가다듬고 시작합니다. 한번에, 단숨에 그려내는 점이 ‘동양화의 일획성’과 같은 것이죠.” 전시에는 고전 그림의 재해석과 풀 이미지의 ‘자연의 기억’ 등이 선보인다. 우봉 조희룡의 ‘매화서옥도’나 고람 전기의 ‘매화초옥도’,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 등 고전 원작을 알고 보면 더욱 맛깔지다. ‘몽유도원도’ 같은 이상향을 그린 풍경화는 한옥인 본관 전시장에, 눈높이보다 좀 높게 걸었다. 현실을 포착한 풀그림을 신관에, 시선보다 낮게 건 것도 감상자를 위한 배려다. “삭힌 장맛 같은 우러남이 있는 그림, 생각하고 돌아보는 여운있는 그림이길 바랍니다.” 작가는 1980년대 ‘탈춤’ 연작 이후, 1990년대 ‘옹기’ 시리즈, 2000년대에는 ‘식물’ 연작을 보여주며 소재를 발전시켰고 2005년에 ‘몽유도원도’ 시리즈를 선보이며 산수화로 돌아왔다. 이번 신작 개인전은 8월20일까지다. (02)720-1524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