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이 본격화하고 있다. 또 '메르스 병원'으로 낙인찍힌 의료기관이 경영난에 직면해 처음으로 폐업하는 등 메르스 사태에 따른 2차 충격도 현실화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9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피해자들을 대리해 메르스 사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공익소송 3건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원고는 건양대병원에서 사망한 45번 환자의 유가족 6명, 강동성심병원을 거친 뒤 사망한 173번 환자의 유가족 6명,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진료받은 뒤 격리된 가족 3명 등이다. 이번 소송의 상대는 정부는 법무부, 지자체는 대전광역시와 서울 강동구청, 시흥시청, 그리고 각 환자들이 감염됐던 병원들이다.
피해자들은 "메르스 환자가 다른 이들에게 메르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막지 않았고 오히려 정보가 나가는 것을 막아 사후피해를 확대시켰다"고 주장했다. 소송가액은 사망한 45번 환자의 유가족이 2억9,792만원을 제기했고 사망한 173번 환자의 유가족 6명은 1억5,000만원을 청구했다. 격리된 가족 3명은 병원과 정부·지자체를 상대로 669만원을 요구했다. 경실련은 "현재 요청이 들어온 메르스 피해 사례들을 검토해 2·3차 소송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9일 현재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는 35명, 누적 격리대상자는 1만6,575명에 달한다. 따라서 법원이 피해자들의 소송을 받아들일 경우 추가적인 '메르스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여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소송뿐 아니라 메르스에 따른 환자 급감으로 문을 닫은 병원도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관내 의료기관인 하나로의원이 지난 1일 중구보건소에 폐업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이원은 지난달 7일 정부가 공개한 확진환자 발생·경유병원 24곳 중 하나라는 점에서 메르스에 따른 경영난이 폐업의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중구 관계자는 "영세한 의원인데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듯 보인다"며 "메르스가 병원을 망하게 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확진환자 경유병원이 폐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병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병원 내 감염이 메르스 전파의 주요 통로로 인식되면서 메르스와 무관한 병원들까지 방문환자가 크게 줄었다. 메르스 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의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지난달 외래환자 수가 30%가량 급감했다"며 "이는 곧바로 진료비 수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병원 경영상황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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