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대승선원 하안거 해제… 스님들 다시 '일상의 佛心'으로
| 대승선원에서 하안거 해제를 한 스님들이 일상의 불심을 찾아 만행을 떠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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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안거 수행에 참가한 스님들이 면벽 참선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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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맥 자락에 자리한 문경 대승사 대승선원. 5일 새벽, 화두(話頭) 하나를 들고 3개월 전 하안거(夏安居ㆍ음력 4월 15일~7월 15일)정진을 시작한 스님들이 수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의 불심(佛心)으로 돌아갔다.
하안거 해제 후 대승사 일주문을 나서는 그들의 뒷모습은 화두를 실천하겠다는 다짐에 일견 경쾌해 보이기도 하고 진중해 보이기도 한다. 서슬 퍼렇기로 이름나 있는 대승선원에서 하루 14시간씩 가행(加行) 정진을 하면서 그들은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까.
일제 강점기였던 1912년 강원(講院)이 개설돼 청담ㆍ성철ㆍ우봉ㆍ월산 스님 등 유명한 선승(禪僧)이 거쳐갔던 대승 선원의 올 하안거에는 29명의 승려들이 참여해 수행을 마쳤다.
“출가의 유무와 상관없이 고민을 안 하는 사람은 없지요. 선(禪)이 바로 고민하는 것인데 대부분 사람들은 참선하면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5일 만난 대승사 주지이자 선원장인 철산 스님(鐵山ㆍ사진)은 참선 수행을 일상의 고민에 빗대 이같이 설명했다.
스님은 “고민을 하면 밥을 먹어도 어디로 먹은 줄 모르게 빠져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 처럼 간절하게 한가지를 염원하는 것이 참선이며, 그때 발원하는 마음이 곧 화두”라고 덧붙였다.
마음 공부를 평생의 업으로 삼는 승려들이 구태여 안거를 하는 이유는 단독 수행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철산 스님은 “혼자 수행할 때는 밀려드는 졸음과 떠오르는 망상으로 화두를 붙들고 참선 하기가 어려워 포기하기가 쉽지만, 수행자들과 함께 하면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진다”며 “주변의 눈치를 보면 흐트러지기 쉬운 마음을 다스리기가 한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1995년부터 선원장을 맡고 있는 철산 스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선하면서 떠오르는 물음은 ‘나’를 벗어나지 않더라”면서 “팔만대장경과 같은 방대한 불법도 모두 ‘나’에 얽혀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안거에서 정진하는 스님들의 마음가짐은 예전만 못하다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철산스님은 이에 대한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하안거 동안 나름대로 공부를 하면서 마음의 집을 짓지만, 선문(禪問)을 던지면 예전처럼 파격적인 선답으로 받아 치는 스님들이 많지 않다. 한 철 공부하면서 불교의 근본 정신인 중도(中道:원래 마음자리)를 찾았다고 해탈을 하는 것이 아닌데 그 자리에 안주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여전히 많은 스님들이 안거를 하지만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넘쳐나는 정보와 지식으로 인해 ‘이것 아니면 못산다’고 할 정도의 절박함은 예전보다는 덜한 것 같다. 선 공부의 방향을 잡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목숨을 내 놓고 공부할 만큼 화두가 절박하지 않아서 일 것이다.”
매년 불교 조계종 소속 승려들의 20%정도가 참가하는 안거 수행은 불교 대학에 해당하는 강원(講院)을 졸업한 후 비구계를 받은 스님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단체 수행으로 석가모니 부처가 인도의 우기 동안 외출을 금하고 동굴에서만 수행하도록 규정한 것이 기원이다. 한국 불교의 안거 수행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전통적인 단체 수행문화라는 게 조계종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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