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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반도 평화·번영의 꿈

10월 2일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여러 가지 의제들이 논의되겠지만 무엇보다 ‘평화 정착’ 및 ‘경제발전’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많은 현안들 중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의제를 든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질적 협력의 시작과 민족의 공동번영을 위한 경제공동체 형성의 기반 조성이라고 하겠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충분한 근거 없이 6ㆍ15공동선언의 의의를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기에 이산가족 상봉이 그동안 크게 확대됐고 북측 지역에 우리 기업이 남북한 정부의 보호 아래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2000년 이전에는 단 157명의 이산가족만이 상봉할 수 있었지만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14,000명이 넘는 이산가족들이 상봉했고 국군포로와 납북자 가족도 비록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통해 만날 수 있게 됐다. 개성공단에서도 현재 약 15,600명이 넘는 북한 근로자가 일하고 있고 향후 개성공단 1단계 100만평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면 북한 근로자 수는 10만명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한 경제협력의 수준도 질적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이처럼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관계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지만 현재 우리는 그 같은 성과에 결코 만족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최근 북핵 관련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와 관련하여 진전이 이뤄짐에 따라 내년부터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에 발맞추지 못하고 남북한 간 군사 분야의 대화와 협력이 앞으로도 현재와 같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게 된다면 내년부터 본격화될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 협상에서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북·미 대화 위주로 굴러갈 위험성이 다분하다. 만약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이 우리가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남한 정부가 북·미 대화의 진전에 제동을 걸게 될 것이고 그것은 비핵화의 진전까지 어렵게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남북한과 미국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 2002년 부시 행정부가 불확실한 정보에 기초해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제네바 합의를 파기함으로써 제2차 북핵 위기가 발생한 이후부터 작년 북한 핵실험 때까지 한반도 정세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가 완료되면 북한 핵무기의 폐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실현하여 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열리게 해야 한다. 북한은 과거에 ‘선(先) 통일, 후(後) 교류협력’의 입장을 견지했으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통일의 중간 단계를 제시하고 ‘선 교류협력, 후 통일’의 입장으로 정책전환을 함으로써 이후 경제와 사회문화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협력이 가능하게 됐다. 2007년 정상회담은 북한이 군사와 안보 분야에서 ‘선 대미 대화, 후 대남 대화’의 입장에서 ‘선 대남 대화, 후 대미 대화’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대미 대화와 대남 대화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도록 설득하는 중요한 계기라는 데 의의가 있다.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체제 구축 문제와 함께 경제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은 경협을 통해 군사적 긴장완화를 뒷받침하고 공동번영의 길을 연다는 데 의의가 있다. 북한이 117만, 남한이 68만의 대군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평화통일이란 비현실적인 꿈일 뿐이다. 10년 후쯤에는 남북한이 각기 40만 명 이하의 병력만 유지하도록 향후 지속적으로 군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통해 제대한 북한군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일자리 제공이 필수적이다. 평화는 남북한 최고지도자의 단순한 의지 표명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2007 남북정상회담이 평화체제 구축과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구체적 합의 도출을 통해 멀지 않은 미래에 한반도에서 핵위협과 전쟁의 공포를 걷어내고 남북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공동 번영하는 시대를 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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