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시리아 공습이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치솟는 등 국제금융시장에 심상찮은 여파가 일고 있다.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겨 아시아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 "반드시 책임 묻겠다"=존 캐리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조만간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증거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군사행동에 착수하기 위한 명분 쌓기 과정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정부는 그동안 장기화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는 데 소극적이었지만 화학무기 사용이 확인된 이상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전문지 포린폴리시의 데이비드 로스코프 편집장은 "지금 행동을 하지 않으면 중동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과 함께 이르면 29~30일 시리아 공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격은 길어봤자 이틀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중동의 정세불안은 벌써부터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시리아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양은 지극히 미미하지만 국경지대에 송유관이 지나고 있는 등 사태가 확전될 경우 국제유가에 미칠 수 있는 충격은 결코 적지 않다는 평가다.
26일(현지시간) 아시아 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111.68달러까지 치솟으며 5개월 고점을 터치했다. 노무라증권은 "(시리아를 필두로 한) 중동 및 북부아프리카의 정쟁으로 인해 하반기 유가는 배럴당 105~120달러 영역의 상단에 도달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시리아의 원유 생산량은 2011년까지만 해도 하루 35만배럴에 달했으나 2년 반간의 내전을 통과하면서 하루 3만9,000배럴로 급감했다. 마켓워치는 "서구의 공격이 국경지대를 정조준하지 않는다 해도 중동발 상승 압력을 높이기에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27일 미국 선물거래시장에서 9월 인도분 가솔린은 0.3% 상승한 갤런당 2.96달러에 거래돼 전일의 1.9% 하락세에서 상승반전했다. CNBC는 "휴가 시즌이 종료되며 하향 기조를 탄 유가를 시리아 사태가 끌어올렸다"고 평했다.
◇신흥국 위기 가속 페달 밟나=가뜩이나 취약한 인도ㆍ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들도 시리아 사태에 긴장하고 있다. 이날 인도 루피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다시 경신하고 필리핀 주가지수가 4%가량 급락하는 등 심상찮은 파장을 드러냈다. 시장분석가들은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 하락의 주요 원인이 시리아 사태의 확산 가능성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임박설로 투자자금 유출과 유동성 압박을 받아온 아시아 신흥시장은 국제정세가 혼란스러워지면 안전자산 선호도와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커지면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7일 금선물시장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장중 한때 온스당 1,400달러를 넘어서며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반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신흥시장에서 위기징후 중 하나인 '자본통제(capital control)'가 현실화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자본통제는 급격한 외화 유출 등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외화의 유입과 유출을 통제하는 것으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말레이시아 등에서 현실화된 바 있다. 에릭 와이테너스 JP모건 프라이빗뱅크 아시아 외환ㆍ원자재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중동 사태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됐다"며 "단기ㆍ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가속되면 신흥시장 통화의 유출이 더 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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