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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작품들] 미완의 작품 그 비밀을 들춰보다

[책과 세상] 이자벨 밀레 지음, 마음산책 펴냄


'논 피니토(non finito)'. 미완성의 미학을 일컫는 말이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당시 사람들이 발견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있었기 때문에 유난히 미완의 작품이 많았다. 의문과 탐구가 미완까지 용인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전성기를 대표하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는 1905년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영묘(塋墓) 구상을 지시받는다. 하지만 중간에 변덕을 부린 교황과 메디치가를 비롯한 다른 권력자들의 주문으로 영묘 제작은 진행과 중단을 되풀이했다. 때문에 40년 뒤 완성 시점에 '노예상(像)'들은 영묘에 들어가지 못했다. 다른 주문에 밀려 미완성으로 남은 것. 완결되지 않은 작품임에도 거장의 손길은 돌에도 생명을 불어넣어 노예상은 마치 대리석 안에서 숨쉬던 인간이 뚫고 나오는 찰나를 보여주는 듯 생생하다. 지금은 피렌체에 5점, 루브르 박물관에 2점이 전시중인데 사람들은 이 노예상 속에서 메디치가와 교황의 주문으로부터 한 번도 자유롭지 못했지만 항상 자유와 정의를 추구했던 미켈란젤로의 저항과 고통, 자존심을 읽을 수 있다. 베르디 이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 꼽히는 자코모 푸치니(1858~1926)의 오페라 '투란도트'에는 열정이 담겨 있다. 60대의 푸치니는 웅장한 이야기와 새로운 곡풍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하고자 이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푸치니는 그러나 3막을 작곡하던 중 후두암으로 사망했다. 뒷부분은 당시 토리노 음악원장이던 작곡가 프랑코 알파노가 완성했다. 1926년 4월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서 이 작품의 초연을 맡은 토스카니니는 "이것으로 거장의 작품이 끝났습니다. 그 분은 여기까지 작업한 후 돌아가셨습니다"라며 다른 지휘자에게 자리를 넘겼고 객석은 눈물 바다가 됐다.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가 1883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40년간 건설 책임을 맡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 성당)'은 건축가 사후에도 건설 중이며,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1799~1850)는 일부러 끝맺음 단계에서 손을 놓아버렸다. 프랑스 작가인 이 책의 저자는 미완의 작품들은 초고와 걸작의 중간지점에서 작품 제작과정에 대한 비밀을 완성된 작품보다 더 많이 드러낸다고 소개했다. 음악과 문학, 미술을 넘나들며 11개의 미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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