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추진하면서 각 부처마다 대기업 고발권을 확보하기 위한 물밑 싸움이 치열하다. 전속고발권 페지는 차기 정부의 경제 민주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부처간 생존 경쟁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무리한 고발권 확대가 기업 수사에 혼선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공정위에 독점된 고발권을 일부 확대한다 해도, 정밀한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4일 인수위에 따르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15일 공정위의 업무보고 이후 분과위별 검토작업을 통해 교통 정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사건에서 공정위의 고발 없이는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만든 제도다.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일반 형사 사건과 같은 잣대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제도를 유지한다.
공정위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검찰총장만 행사하는 고발요청권을 중기청장, 조달청장, 감사원장에도 부여하는 수준의 타협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 사건의 주도권은 여전히 공정위가 갖되, 타 부처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외연 확대를 노리는 중기청 등은 보다 적극적으로 고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경우 전속고발권을 아예 폐지하고 기업 수사를 검찰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인수위에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전속고발권 폐지가 부처간 영역 확보 전쟁으로 번지며 차기 정부에서 기업 조사에 커다란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예컨대 중기청, 검찰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공정거래 사건의 고발권을 갖게 되면 같은 사건에서 검찰과 공정위의 동시 수사가 가능해진다. 기업은 기업대로 영업활동이 마비되고, 정부는 정부대로 행정력을 낭비하는 셈이다.
검찰과 공정위가 다른 판단을 내리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검찰은 ‘법을 위반했느냐’를 공정위는 ‘부당한 행위였느냐’를 주요 잣대로 삼기 때문에 다른 결론이 내려질 개연성도 충분하다. 조성국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과 공정위가 모두 공정거래 수사를 진행하면 법 집행의 이원화로 엄청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계와 학계에서는 보다 정밀한 전속고발권 조정을 인수위에 요청했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1본부장은 “공정위와 함께 1개 부처 정도만 더 고발권을 행사하게 하고, 둘의 의견을 협의체 등을 통해 조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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