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은 6억3,000만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액(13억6,000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방산수출은 6년 만에 감소세 전환이 확실하다. 대전차 유도무기 등 대규모 수출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 사업 역시 최근 감사원의 무리한 감사로 대외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대형 수주건이 터지지 않는 한 역대 최고치인 지난해 수출 규모(36억1,000만달러)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10억달러 안팎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산 업계에서는 다시는 이전과 같은 수출실적을 내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로 통치자의 치적 홍보용으로 방산수출이 이뤄진 적이 많았고 겉은 화려해도 속으로는 부실한 경우가 많아 업계의 의욕이 예전만 같지 않다는 것이다. 터키에 대한 전차 수출과 인도네시아에 대한 제트훈련기 수출 사업은 정부가 나서 수입 상대국의 요구를 다 받아주라고 종용하는 통에 불평등계약이 맺어지고 일부 업체는 아직까지 위약금을 물고 있는 실정이다.
두번째 이유는 경쟁상대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시장은 이미 중국이 석권하고 있는 마당에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의 족쇄에서 풀려난 일본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고도 전자장비와 잠수함·대잠초계기·전차엔진 등 한국이 따라잡을 수 없는 분야에서 방산수출에 발 벗고 나섰다. 일본이 전 세계 무역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10%만큼만 세계 무기 시장을 점유해도 한국은 일본의 상대가 못 된다.
새로운 강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민수용 권총 시장을 석권한 터키는 공화국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오는 2023년까지 방산수출을 230억달러로 끌어올린다는 원대한 계획을 내놓았다. 미국과 핵협상을 맺고 국제사회에 본격 복귀하는 이란도 경제봉쇄기간에 자력으로 다진 방위산업을 국제 무대에 데뷔시킬 태세다. 이란은 무인항공기만 30종류를 생산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어 한국의 시장을 잠식할 경쟁자로 손꼽힌다.
한국은 세계적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전자기술을 유지·발전하기 위해서도 방산을 진작시킬 필요가 있다. 수출의 70%를 방산이 담당하는 이스라엘은 전반적인 산업 수준은 우리보다 나을 게 없지만 신뢰성과 정확성을 요구받는 군사전자장비 개발에 성공해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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