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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난 2ㆍ4분기 부실은행의 숫자가 1ㆍ4분기 보다 30% 급증해 5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의 하락에 따른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이 지속되는 가운데 모기지 채권의 손실이 늘면서 은행들의 부실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현지시간)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발표한 은행산업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ㆍ4분기 말 현재 부실은행의 숫자는 117개로 지난 1ㆍ4분기의 90개 보다 30%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03년 116개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이들 은행의 부실자산 규모는 783억 달러로 1ㆍ4분기 말 263억 달러보다 200% 가까이 증가했다. FDIC는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등 재무상태를 조사해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순위를 메기고 있다. 이중 4등급과 5등급을 받은 은행들이 부실은행 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부실 은행의 숫자는 올들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전년 동기의 61개에서 거의 100% 가까이 늘어났다. 세일라 베어 FDIC 회장은 "신용시장의 경색 및 자산가격의 하락이 지속되고 있어 더 많은 은행이 부실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DIC가 공개한 부실 은행에는 미 2위 모기지 은행인 인디맥도 포함되어 있다. 인디맥은 지난 7월 중순 파산했으며 올해 들어 파산한 금융기관은 9곳에 이른다. FDIC의 부실은행 리스트에 오른 은행들은 그 동안 평균 13%가 파산했다. 은행 파산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는 지난 1980년대 후반 저축대부조합(S&L) 부실사태 때로 당시 1,000개가 넘는 은행이 파산했다. FDIC는 신용경색이 지속됨에 따라 앞으로도 상당기간 은행들의 순이익은 더욱 줄고 부실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 파산이 늘어나면 FDIC의 자금으로 메워야 할 부실 규모도 증가하게 된다. FDIC는 이에 따라 예금보험기금을 충당하기 위해 이르면 10월부터 금융기관으로부터 받는 예금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편 FDIC의 관리 대상인 은행 및 저축 은행들의 2ㆍ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의 368억 달러 보다 86.5% 급감한 50억 달러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순이익은 크게 줄어든 반면 은행들이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한 돈은 급증했다.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규모는 502억 달러로 전년 동기 114억 달러 보다 340%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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