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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은 그가 각별히 신임하는 연락책의 부주의한 전화통화 1통 때문에 미국 정보당국에 꼬리가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1인당 GDP가 1,000달러를 약간 웃도는 파키스탄에서 100만 달러가 넘는 대저택인데도 전화ㆍ인터넷 회선조차 깔지 않은 점도 의심을 샀다. 2일 MSNBC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9ㆍ11 테러 용의자로 현재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할리드 셰이크 무하마드와 아부 파라즈 알 리비 등으로부터 이 연락책이 빈 라덴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몇 안되는 밀사 가운데 1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은신처 모형 만들어 특수부대 예행연습 2007년 이 연락책의 본명을 파악한 미 정보당국은 그가 정밀 감시대상 인물과 전화통화하는 것을 포착, 지난해 8월 그가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불과 60여㎞ 떨어진 아보타바드의 부유한 교외지역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이나 동굴에 은거할 것으로 생각했던 미 정보당국은 깜짝 놀랐다. 빈 라덴이 최후를 맞은 저택은 2005년 도시 외곽에 지어졌는데 대지가 인근 주택보다 8배나 넓고 삼엄한 경계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출입문 2개를 외에는 접근통로가 없고 도로와 접한 건물 측면에는 창문도 없었다. 인근 주택과 달리 생활쓰레기는 건물 내부에서 소각됐다. 3층 테라스는 190㎝ 안팎의 장신으로 알려진 빈 라덴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2m가 넘는 높은 벽으로 가려져 있었다. 꼬리가 잡힐 것을 우려해 100만 달러가 넘는 대저택인데도 전화ㆍ인터넷 회선조차 깔지 않았다. 미 정보당국은 이 주택의 독특한 디자인과 겹겹의 경계시설, 연락책의 신임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올 2월 중순 빈 라덴이 숨어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3월 중순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재하에 5차례에 걸친 국가안보회의에서 빈 라덴 제거작전을 논의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는 수많은 군사ㆍ상업위성 사진 등을 토대로 은신처의 이미지를 합성하고 저택 모형까지 만들어 특수부대에 예행연습을 시켰다. 영국의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세기의 결혼식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지난달 28일 오바마 대통령은 빈 라덴 제거작전을 실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오바마 등 모니터로 작전상황 실시간 지켜봐 하지만 습격한 은신처에서 빈 라덴을 실제로 목격할 때까지 그가 있을 것으로 100% 확신하지는 못했다. 존 브레넌 백악관 대(對)테러담당 보좌관은 2일 브리핑에서 "특수부대원이 진입한 건물에서 오사마 빈 라덴과 마주치자 (모니터로 이를 지켜보던) 백악관 상황실에 안도의 탄식이 터져나왔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등 국가안보회의(NSC) 주요 인사들은 상황실에서 특수부대의 헬기 진입 및 빈 라덴 사살 장면, 시신 이동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전 상황을 실시간으로(in a real time) 지켜봤다. 군사위성은 현장 전투원들과 작전을 원격 지시하는 전문가들 사이에 원활한 통신이 이뤄지도록 했다. 이 과정에 동원된 핵심 위성들은 DSCS(국방위성통신시스템)Ⅲ와 밀스타 시스템이다. 밀스타는 더 근래에 개발된 위성으로 안정적인 통신을 가능케 하지만 DSCSⅢ 만큼 많은 신호 대역폭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이 시스템은 지상기지나 정박 중인 선박, 공격용 헬리콥터에 설치된 통신 단말기들을 연결한다. 작전에 투입된 특수부대 요원들은 통상적으로 암호화된 비디오를 지구 반대편으로 보낼 수 있는 헬멧 장착 카메라를 착용한다. 덕분에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이 본부에서 작전을 모니터하는 동안 오바마 대통령도 백악관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작전을 지켜봤다. /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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