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쇼크를 계기로 글로벌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오는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장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은 중대한 실수라며 오히려 미국은 세계 경제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양적완화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경제침체와 달러강세로 미국의 수출이 줄어드는 와중에 최근 증시급락으로 개인의 소비지출과 기업투자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연준이 다음달로 예정된 기준금리 인상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확신은 달러강세와 유가하락 등으로 점점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미국 의회예산국(CBO)도 올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0%로 낮춰 연준의 금리인상 명분을 무색하게 했다. CBO는 보고서에서 "미국 노동시장 참여율이 이론적인 기대치보다 1%포인트가량 낮고 정규직을 원하지만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는 미국인의 비율이 금융위기 이전보다 1%포인트 정도 높다"고 밝혔다. 다만 올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가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내년 성장률은 3.1%로 제시했다.
시장전문가들은 9월 금리인상은 '중대한 실수'라며 연준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곧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며 "오히려 연준이 채권매입 등 양적완화를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도 "글로벌 부채증가, 중국의 성장둔화, 신흥시장의 혼란 등으로 긴축이 아니라 양적완화가 필요하다"며 "미국 경제가 과연 반환점을 돈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올 초만 해도 연준이 9월 전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던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도 전망을 수정했다. 그는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해 지면서 9월 금리인상이 방해를 받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위험을 떠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참여자들도 금리인상이 미뤄질 것에 베팅하고 있다. 선물시장에서 9월 인상을 예상하는 비율은 지난 6월 말 40%에서 현재 26%로 크게 줄었다.
이런 가운데 27일부터 29일까지 와이오밍주에서 열리는 연준의 연례 경제정책회의인 잭슨홀 회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은 29일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의 연설에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힌트가 담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윌리엄 리 씨티은행 북미 대표는 "잭슨홀에서 피셔 부의장의 발언이 핵심 와일드카드가 될 것"이라며 "피셔 부의장이 경제하방 압력이 미국 국내 물가와 임금까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신호를 보낸다면 이야말로 금리인상 전망을 뒤집을 빅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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