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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조직원 간의 신뢰와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중 제일 심한 3D 직장으로 평가되는 산업인력공단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해준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지난 19일 발표된 2008년 정부 경영평가에서 최고평가인 A등급을 받은 산업인력공단의 유재섭(60ㆍ사진) 이사장은 최고평가의 공로를 직원들에게 돌렸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7월 공모를 통해 한국노총 수석 부위원장에서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으로 전격 자리를 옮겼다. 30년 노동운동 전문가에서 CEO로 화려하게 변신한 그가 처음 맞닥뜨린 일은 노사관계였다. 그가 노총에 있을 때 강력하게 주장하던 것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었다. 그런데 정작 공단에 와서 노조로부터 7명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장 요구를 받고서는 고민을 해야 했다. 공단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다른 기관으로 확산될 게 염려됐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끝내 고용보장 문서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계의 대선배가 뚝심 있게 확실한 입장을 고수하자 노조도 이를 인정했고 이후 임금협상 등 크고 작은 일을 노조와의 진지한 대화로 풀어낼 수 있었다. 이번 정부 경영평가 보고서에는 ‘노조와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자료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핵심가치 실현을 위해 모범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노조 위원장과의 면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라는 부분이 나온다. 유 이사장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CEO로서의 중요한 덕목으로 솔선수범을 꼽았다. 그래야 신뢰가 가능하고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산업인력공단은 현재 565개 기술자격과 41개 전문자격 시험을 연중으로 치르고 있다. 시험이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있어 직원들이 주말에 제대로 쉬지를 못한다. 유 이사장도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주말에 7번 정도밖에 쉬지 못했다. “공단의 제일 큰 머슴(이사장)이 제일 많이 일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노동계 대선배로서 요즘 노동운동에 대해 한마디 충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노조원들도 과거와 달리 어느 정도 먹고 사는 수준은 됐습니다. 이제는 임금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고용안정을 위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입니다. 내부 조직원도 중요하지만 국민에게 인정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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