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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정치에 휘둘리던 후계자의 삶

■조선의 세자로 살아가기<br>(심재우외 6명 지음, 돌베개 펴냄)


조선의 세자는 왕의 후계자로, 다음 왕위에 오를 미래 권력의 상징이었다.

동시에 세자는 현재 권력을 위협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조선에는 모두 스물일곱 명의 왕이 있었고, 스물아홉 명의 세자가 있었다. 현왕의 적장자가 세자로 책봉된 뒤 왕위에 오르는 것이 조선 왕실의 원칙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실제 왕의 적장자로 세자가 된 뒤 왕위에 오른 이는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순종 일곱 명에 불과했다. 물론 왕비의 왕자 출산이 뜻대로 되지 않아 그렇기도 했지만 적장자가 왕위에 오르기에 적합한 인물인가를 놓고 후계자 선정을 둘러싼 권력 집단 간의 갈등도 중요한 변수였다.

책은 "왕과 대왕대비 외에도 권력을 가진 신하들이 언제나 세자를 주시했고, 정치적 격변 속에서 왕위에 오르기는커녕 목숨까지 잃기도 했다"며"왕의 아들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고, 세자빈을 맞이하고, 왕위에 올라 백성을 위한 선정을 베풀다가 평화롭게 생을 마치는 것은 역사를 되짚어 볼 때 오히려 드문 일이었다"고 적시한다.



이런 이유로 책은 조선 왕실의 다양한 정치적 상황을 세자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우선 제1부 '탄생, 책봉 그리고 교육'과 제2부 '세자의 혼례'에서는 왕의 아들이 태어나 책봉을 받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들이 거쳐야 했던 통과의례인 책례(책봉의식), 입학례(세자의 성균관 입학의식), 관례(유교식 성인식), 그리고 가례(혼례식)의 과정과 의미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이어지는 제3부 '세자의 대리청정'과 제4부 '왕이 되지 못한 세자', 제6부 '세자와 형제들'에서는 대리청정을 했던 세자들, 세자로 책봉은 되었으나 정작 왕위에는 오르지 못했던 세자들, 그리고 그들의 형제자매를 둘러싸고 조선 왕실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 이면에는 어떤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었는지가 소상하게 펼쳐진다.

조선의 세자들에 관해 촘촘하게 서술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역사의 편린이 아닌 입체적이고 생생한 '조선의 세자'를 만날 수 있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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