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비무장지대) 마을'로 불리는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 있는 대성동초등학교 46회 졸업식 모습이다. 남과 북을 60년 넘게 가르는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200~400m 떨어진 최접경지에서 치러지는 졸업식은 참석한 외부 인사들만 봐도 특별한 곳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유엔 군사정전위원회 한국대표를 비롯해 중립국감독위원회 스위스·스웨덴 대표, 공동경비구역(JSA) 한미군 대대장, 그리고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여러 자치단체장이 졸업선물을 들고 이곳을 찾았다.
졸업생 박예진(13)양은 "북한과 가까이 있지만 군인 아저씨들이 항상 옆에 있어 무섭지는 않았다"며 "미군과 한국 아저씨들이 매주 2시간씩 영어를 가르쳐줘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곳의 학생들은 실제 파주시 등에서 길게는 1시간가량 통학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대성동 마을에는 젊은이들이 없어 외부에서 학생이 오지 않으면 폐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등하교 역시 통학버스를 통해 오전9시와 오후4시에 한꺼번에 이뤄진다.
이날 졸업식장에도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권총에 방탄복까지 갖춘 JSA 군인들이 행사장 곳곳에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정 장관은 축사에서 "이곳은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지닌 매우 특별한 공간"이라며 "학생들이 역사의 현장에서 겪은 경험들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국가기록원에 있는 대성동의 예전 시절 사진을 모아 만든 자료집도 마을에 기증했다.
대성동 마을의 행정구역은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 일원(DMZ)이다. 한국전쟁 휴전협정 직후인 1953년 8월에 '자유의 마을'로 명명되며 유엔 군사정전위원회 소속으로 바뀌었다. 북측의 선전마을인 기정동 마을과 불과 1.4㎞, 개성과도 11㎞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마을 중심에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100m짜리 국기게양대가 있다. 하지만 실개천을 군사분계선으로 해 북측에 있는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게양대는 160m에 달한다. 이를 놓고도 두 체제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의 한 주민은 "전쟁 이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개성으로 장을 보러 다녔는데 이후 60년간 왕래가 끊겼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현재 47세대 207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DMZ라는 특수성 때문에 일반인들은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 공무와 친지 방문 역시 까다로운 출입절차를 거쳐야 한다. 토지는 주민들이 소유할 수 없고 경작권만 주어진다. 각종 지방세와 병역의무 면제 특혜가 있지만 군에서 매일 인원 체크를 하는 등 제약도 많다.
대성동 마을 이장 김동구씨는 "주민들이 마음대로 건물 개보수를 할 수 없어 주택 지붕이 낡고 단열도 되지 않아 애로가 많다"며 "올해부터 정부가 환경개선 사업을 벌인다고 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분단의 상징인 이곳을 '통일맞이 첫 마을'로 변모시키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30년 만에 정부와 민간단체·지자체 등이 손잡고 환경정비 사업에 돌입한 것이다. 10여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무추진단은 지난 9일 1차 회의를 갖고 활동에 돌입해 앞으로 노후주택·전선 등 인프라 개선, 마을 공회당 활용, 마을 공동체 활성화 등의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사업총괄을 맡은 정진국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대성동 마을이 갖는 지리적 여건을 감안해 판문점과 도라전망대, 제3 땅굴 등과 연계한 안보관광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해비타트에 이어 4~5개 기업이 이번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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