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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선진국의 조건

세월호 참사에 국민들 자괴감 커져 OECD '재난 대처가 국가역량 척도' 갈팡질팡했던 우리 정부 반성해야

국민생명 우선하는 시스템 구축하고 안전의식 등 소프트파워도 키워야

정상범 경영기획실장 겸 논설위원 ssang@sed.co.kr


세월호 참사로 나라 전체가 슬픔에 빠진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얼마 전 글로벌 재난 대응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OECD는 세계적으로 대형 재난이 급증하고 있다면서도 OECD 국가들은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는 등 재난에 대한 회복력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그 이유로 각종 위험에 대한 높은 수준의 정보 공유, 중앙정부의 확고한 리더십, 재난부처 간 긴밀한 협조체제 등을 꼽았다. 한마디로 선진국의 잣대는 대형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적 역량에 달렸다는 얘기다. 세월호 참사에 갈팡질팡했던 우리로선 뼈아프게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지난 10년간 각종 자연재해 및 인적재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1조5,000억달러로 이전 1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불어났다고 한다. OECD는 규제 개혁의 실패, 부실한 민간 인프라, 부적절한 투자 등이 재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키우고 있다며 앞으로도 파괴적인 재난 사례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0여일이 흘렀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말 연휴기간을 맞아 동해안 일대는 전국에서 몰려든 차량과 인파로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대다수 국민들이 사고가 발생했던 남해안을 피하겠다며 이심전심으로 동해안을 선택했다고 하니 우리 가슴 속에 얼마나 상흔이 깊게 배어 있는지 짐작하게 만든다. 세월호 참사는 나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자부해왔던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잘 뻗은 도로망이나 공원시설 같은 겉모습에만 취해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는 자신감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지금처럼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잘못된 의식이나 폐쇄적인 조직 구조를 고집하다간 선진국 진입이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좌절감마저 커지고 있다. 국민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선진국들의 잠재 역량을 새삼 실감하겠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안전의식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같은 소프트파워가 국민소득이 높아진다고 저절로 키워지지 않는다는 뼈아픈 현실도 느끼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다. 우리 국민들이 이번 사태로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마음에 깊게 안긴 상처를 쉽게 치유하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자칫하면 국가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한민국이 부끄럽다며 자괴감에 빠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사고 발생 후 국가안전처니 해사안전감독관이니 하는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그런다고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야권에선 정부를 못 믿겠다는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특검이니 국조니 하며 공세의 고삐를 조여 걱정을 키우고 있다. 흔히들 위기관리는 '뺄셈의 자세'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얘기한다. 만약 하나의 대안만으로 불가능하다면 제2, 제3의 방안을 수립해놓고 이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는 위기관리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재난을 방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전방위 노력에 나서야 한다. OECD는 "효과적인 위기관리로 재난에 따른 회복력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사고가 일단 발생하더라도 다수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을 손상하는 재난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현장 중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대형 재난이 빚어지면 범정부 차원의 발 빠른 대응이 빛을 발하면서 오히려 국민의 신뢰를 얻는 사례를 보고 배워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대한민국이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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