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적으로 이끌리는 외모의 이성을 보면 '참, 섹시하군'하고 곧장 고백할 수 있는 마음, 아무리 명작으로 정평이 난 작품이라 할지라도 '거 참 더럽게 지루하고 재미 없는데'라고 토로할 수 있는 마음, 이런 마음이 바로 어린아이의 마음이다. 이런 마음 없이 우리가 바라는 민주화는 도저히 달성될 수 없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벌거벗었다. 절대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12장 '안데르센의 동화들'에서 발췌>
1989년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책을 발표해 이 시대 가장 독창적이면서 별난 작가로 자리매김한 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고전의 텍스트를 재료로 '유쾌한 소설 읽기'에 나섰다.
저자는 서머싯 몸의 소설을 소개하면서 우리 문학계가 몸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소설은 아직도 사상과 역사, 또는 민족 중심의 교훈주의 소설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대하역사소설이 아직도 존경 받고 있고, 재미있게 잘 쓴 소설은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게 쓴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비평가들이 아직도 잘 모르고 있어서 그렇다. 몸은 소설의 대부분을 자신의 직접 체험을 통해 취재해 썼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모험이나 전쟁, 이데올로기적 갈등 같은 것들이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다."
저자는 도스토옙스키, 헤르만 헤세, 헤밍웨이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남긴 명작뿐만 아니라 동양의 명작 소설인 삼국지, 수호전까지 폭넓게 들여다보면서 소설 속에 숨어 있는 재미를 찾아낼 것을 주문한다.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뿐만 아니라 작가가 놓치고 있을지도 모르는 숨은 재미까지 찾아내기 위해선 독자 자신이 독특한 시각을 갖고 창조적 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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