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는 한국 사회에서 섬 같은 존재입니다. 최대주주인 국회는 물론 행정부 내에서도 비호세력이 없습니다. 다소 효율성은 떨어지더라도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고자 만들었던 이 구조를 포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표철수(56) 전 방송위원회 사무총장은 23일 떠나면서 남기고 싶은 소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모든 조직개편 논의의 줄기에는 방송위의 독립성이라는 개념이 들어가야 된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방송통합융합추진위원회를 통해 방송위와 정통부를 묶어 ‘방송통신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현실을 겨냥한 말이다. 표 전 총장은 방송위가 규제와 지원이라는 양날의 칼을 갖고 있지만 방송발전이라는 대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권한이라는 생각으로 일해왔을 뿐 아니라 이런 힘이 권력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는 데 지난 3년간 주력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아직 갈 곳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방송위 사무처 직원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갈 길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상관으로 모셨던 사무처장이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면 남아 있는 후배들이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 두렵다”며 “이런 선상에서 신상 문제를 정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표 총장은 또 “현행 규정상 방송위원장이 방송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사무총장을 지명하게 돼 있지만 제3기 위원회가 새로 꾸려진 만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심정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도리에 맞는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방송위 일각에서는 후임 사무총장을 공모를 통해 선발할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표 총장의 책상과 책장은 깔끔히 정리돼 떠날 준비가 돼 있음을 말해주는 듯했다. 한편 이상희 방송위원장을 비롯한 방송위원 9명은 지난 14일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상태지만 방송위 사무처 노조원들의 무자격후보 자진사퇴 요구로 정문을 봉쇄하면서 호텔을 전전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표 총장은 “과거 행정조직인 공보처 산하에 있던 방송위를 국회 소속으로 바꿨던 배경을 생각해야 된다”며 “약간의 혼선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대로 방향을 찾아갈 것”이라는 말로 조만간 업무가 정상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