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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키코사태 은행ㆍ기업 모두 뼈아픈 반성을

환헤지옵션상품 키코(KIKO)를 둘러싼 은행과 수출 중소기업 간 소송에서 대법원이 사실상 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이번에 판결한 4개 사건 가운데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은행에 불완전판매 책임을 지운 것은 2건뿐이다. 나머지 2건은 기업들이 패소한 원심을 확정하거나 피해액의 20%를 돌려주라는 원심을 파기했다. 기업들의 반성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대법원이 피해액의 30%를 돌려주라는 원심을 처음으로 확정했다는 점에서 은행들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대법원은 키코 계약이 불공정행위에 해당해 무효이거나 사기ㆍ착오로 인한 계약이므로 취소할 수 있다는 기업 측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키코는 환헤지 목적에 부합하며 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상품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고심이 진행 중인 40여건의 소송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이 지난 2008년 8월 발생한 금융위기 이후 입은 손실은 수조원대에 이른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이 억울할 수 있다.

키코 사태와 대법원 판결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우선 기업들은 키코와 같은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투기 목적이 아니라 환위험 회피 목적에 충실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키코 피해기업들 중에는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은행의 사탕발림에 넘어가거나 상품에 숨어 있는 엄청난 위험을 무시한 채 무리한 거래에 나섰던 곳들이 적지 않다. 우리 사회에는 동양그룹이 변칙적으로 발행한 기업어음(CP)을 대거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처럼 정상적 투자보다 투기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은행도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신의칙에 미뤄 주의의무가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유의해야 한다. 판결에 관계없이 고객보호에 소홀했던 잘못을 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소송전에서 승리했어도 금융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면 은행들은 근본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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