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0개사 내외가 신청해 30~50개 업체가 선정되는 등 겉으로는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니 선정과정부터 사후관리까지 부실 덩어리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서류 신청단계에서 억대에 달하는 컨설팅 비용을 요구하는 브로커까지 활개를 치는 판이다. 한 업체는 대형 회계법인에서 합격을 보장하며 1억원을 컨설팅비로 제안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평가위원들의 인력풀이 좁다 보니 사업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고 중간점검과 사후관리 역시 수박 겉핥기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R&D팀 직원은 인턴 2명을 포함해 8명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월드클래스 300을 전담하는 직원은 고작 2명이다. 이러니 180여개나 되는 기업이 제대로 관리될 수 있겠는가.
R&D 투자용으로 지원된 예산이 다른 곳으로 줄줄 샌다는 말도 나온다. 강한 중소기업을 키운다며 사업을 벌여놓고는 점검이나 사후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는 사업은 이것만이 아니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 정부가 독려하는 기술금융 등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히든챔피언에 선정된 모뉴엘이 3조원 넘는 사기대출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대표적이다. 우후죽순 생겨난 중기 지원제도에 대한 종합 점검을 통해 통폐합 등을 검토할 때다. 이대로 가면 언제든 모뉴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