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출구 앞에서는 글로벌 경제.’ 리먼브러더스 사태 발발 후 동시다발로 이어진 글로벌 금융시장 냉각과 실물경기 침체 충격으로 지난 1년간 위기에서 위기로 줄타기해온 지구촌 경제가 드디어 ‘어둠의 끝자락’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 동면기를 버텨낸 가장 큰 에너지는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공조한 대규모 유동성 지원. 이 덕분에 가사상태에 내몰렸던 은행들의 경영기반이 다시 단단해졌으며 소비심리가 완연하게 되살아나는 조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방어를 위해 과도하게 쏟아부은 유동성이 발목을 잡을 채비여서 회복 가도의 세계경제에 ‘출구전략 국제 공조’라는 새로운 과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특히 출구 전략에 임하는 각국의 입장은 제각각이어서 시차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재발과 통화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혹여 섣부른 긴축기조 전환은 세계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존 립스키 IMF 수석부총재는 31일(현지시간) “주요 국가들이 출구전략을 시작할 때 조율이 필요하다”면서 “조율 없이 출구전략을 시행할 경우 다른 나라에 어려움과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오는 4~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와 24~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는 각국 간의 중구난방식 출구전략을 지향하고 국제적 공조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 전망 상향 조정은 출구전략 준비에 불을 댕겼다. IMF는 지난 7월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을 1.9%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면서 “세계경제 회복은 더디지만 지금부터는 출구 전략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권고했다. 출구전략은 금융위기의 완전한 극복과 더불어 양대 과제로 부상하고 있지만 출구를 바라보는 세계 각국의 입장은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기회복의 속도와 인플레이션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일부 이머징마켓은 출구전략에 이미 시동을 걸었다. 세계경제의 신흥 성장엔진 중국은 시중 유동성 환수로 상하이 증시 조정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지난달 24일 리먼 붕괴 이후 가장 먼저 금리를 인상, 출구의 문턱을 넘었다. 자원 부국 호주와 노르웨이ㆍ브라질은 올 가을 금리인상을 강력하게 예고하고 있다. 늦기 전에 출구를 향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발 경기하강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ㆍ일본 등 선진국은 출구 전략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시동을 걸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양적완화 정책을 집행하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더들리 총재는 31일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 경제의 회복이 아직은 취약하다”며 “FRB의 장기물 증권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일각의 매파(물가안정론자)의 주장에 쐐기를 박았다. 앞서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미국 경제가 안정단계에 접어들어 FRB가 계획하고 있는 경기부양 조치들을 모두 동원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조기 출구전략 시행을 촉구한 바 있다. 통합 경제권인 유럽의 사정은 좀더 복잡하다. 프랑스와 독일은 지난 2ㆍ4분기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은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통용국가)이 아닌 영국은 8월 유럽에서 가장 먼저 출구로 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업률 상승과 소비침체에 지난달 초 돌연 양적완화 정책을 강화했다. 최악의 경기침체로 정권까지 교체된 일본 역시 출구를 향하기는 아직 이르다. 주요 선진국의 출구전략 시행 시기는 내년부터 시차를 두고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내년 초, 미국은 내년 하반기, 일본이 그 다음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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