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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볼썽사나운 국토부의 자화자찬


"숟가락만 얹었을 뿐인데…."

지난 2005년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배우 황정민의 당시 수상소감이다. 모두 스텝들이 고생한 덕분이라며 겸손해 한 이 수상소감 덕분인지 황정민은 '호감형' 배우로 자리를 잡게 됐고 자신의 연기력도 더욱 인정받게 됐다.

며칠 전 국토교통부는 이런 겸손함과는 거리가 먼 자화자찬식의 보도자료를 내놓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제목도 '2013년 주택시장 정상화의 기반 마련'이라는 좀처럼 보기 드문 내용의 자료였다. 요컨대 세제·금융·공급 등이 망라된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 결과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고 수도권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는 등 시장 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었다. 이 자료를 접한 대부분의 기자들 입에서는 헛웃음만 나왔다. 결국 정부가 정책을 잘 펴냈기 때문에 시장이 정상화됐다는 것이 요지였기 때문이다.

올 들어 서울 강남권 등 수도권 주택 거래시장에 확연히 온기가 도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확신'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심지어 주택시장 회복을 가장 반겨야 할 건설사 임원들조차 확신을 주저하고 있다. 거래가 다소 늘고 일부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가계부채 문제는 주택시장의 불안요소며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등 국제 경제 여건도 국내 주택시장에 충분히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또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심리는 조그만 외부 충격에도 당장 지갑을 닫을 정도로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전세시장을 돌아보면 국토부의 자화자찬이 더욱 부끄럽다. 불과 한 달 사이에 2,000만~3,000만원이 오르고 치솟은 전셋값을 치르느라 은행 빚을 얻는 세입자가 부지기수다. 최근의 거래회복은 과도한 전셋값 상승을 견디지 못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측면이 더 강하다.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인정한다 치더라도 정부가 거래회복의 일등공신임을 자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정부의 일이 '못하면 욕먹고 잘해도 본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말 잘한 일은 감추려고 해도 누군가가 알아주기 마련이다. 이런 겸손함을 정부에 바라는 것이 무리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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