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스트 쾰러(67ㆍ사진) 독일 대통령이 31일 최근 독일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관한 발언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독일 대통령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쾰러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했다”면서 “이번 결정은 최근 아프간 파병 관련 발언에 대한 비판과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대통령이 임기 중에 사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1일 아프간을 전격 방문했던 쾰러 대통령은 도이칠란트 라디오 쿨투어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작전이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포함(砲艦)외교’ 논란을 야기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출신인 그는 이 인터뷰에서 “독일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예를 들어 자유무역 루트를 지키고 무역ㆍ고용ㆍ수입에서 우리의 기회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지역 불안정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군사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민당 출신인 쾰러 대통령은 2004년 7월 대통령에 당선됐고 지난해 5월 재선에 성공했다. 후임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는 옌스 뵈른젠 상원의장이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독일에서 대통령은 상징적, 대외적 국가 원수로 그 권한이 제한돼 있으나 정국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누가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인물인지 결정하는 등 상황에 따라서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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