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던진 화두를 해석하는 데 여념이 없다. 박 당선인이 던진 ‘국민기업’이라는 화두도 그 가운데 하나다. 국민기업은 한마디로 대기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책임을 한마디로 압축한 키워드다. 박 당선인의 말을 빌리면 국민기업은 “대기업은 국민의 뒷받침과 희생, 국가 지원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메시지에 맞춰 재계가 발 빠르게 호응하고 있다. 우선 재계 총수들의 신년사에서 뚜렷한 변화가 읽혀진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사회적 기업’,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모범 기업’, 구본무 LG 회장의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재계 총수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2013년 신년사는 박 당선인의 ‘국민기업’을 다분히 염두에 둔 것이 사실이다.
다만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박 당선인과 재계 총수들 간의 시각에서 미묘하지만 큰 차이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고위 관계자는 “얼핏 보면 차이가 없다. 하지만 큰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의 ‘국민기업’은 대기업을 볼 때 과거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대기업이 국민과 국가의 희생과 지원을 통해 성장했다”는 말의 뉘앙스 자체가 그렇다. 변변한 산업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대기업의 성장은 곧 국민, 국가 자원 등 공적 자원 희생의 결과라는 것은 좀 더 넓게 해석하면 전적으로 사적 기업은 아니라는 의미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반면 재계 총수들의 시각은 현재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즉 현재의 위치에서 성공한 대기업으로 그에 따른 충분한 사회적 책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이면에는 기업은 사적 영역이고 기업이 성장해야 사회적 책임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대기업을 보는 데는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은 변했고, 변해가고 있고, 또 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과거의 옷을 벗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도 낡은 옷을 벗어 던져야 한다. 1950~1960년대가 아닌 미래의 시각으로 기업을 보고 국가 발전에 경제계와 함께 호흡을 맞춰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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