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측의 말마따나 공공기관 부채 급증에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명박 정권만 해도 재정형편이 넉넉지 않자 수자원공사ㆍ토지주택공사(LH)를 4대강ㆍ보금자리주택 등 공약사업에 동원했다.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2008년 1조9,000억원에서 올해 14조원대로, LH는 86조원에서 148조원 규모로 불어났다. 에너지 공기업들도 성과 없는 해외자원개발 실적 경쟁에 내몰렸다. 2008년 290조원이던 공공기관 부채는 두 배로 늘어났고 적잖은 공기업들이 빚을 내 이자 갚기에 급급한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부채가 많은 10대 공기업이 향후 5년간 갚아야 할 이자만도 60조원에 이른다니 정책실패의 골이 너무 깊다.
공공기관의 부채를 줄이고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으려면 나라의 운영체계를 바꾼다는 생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그 첫 걸음은 정부ㆍ여권의 고해성사와 낙하산 파티 종식 선언이어야 한다. 공공기관 임직원만 '파티는 끝났다'며 몰아붙인다면 목표달성은 물 건너간다. 정부는 다음주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뒤 연말까지 빚이 많은 12개 공기업의 부채규모ㆍ발생원인 등을 분석해 공개할 계획이다. 현 부총리부터 역대 정부의 정책실패 책임에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낙하산 기관장을 양산하며 방만경영을 부추겨온 게 여권인 만큼 청와대도 새롭게 각오를 다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공공기관 개혁의 진정성을 수긍하며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다.
강력한 노조와 정부의 물러터진 관리감독 아래서 과도한 복리후생을 누리며 '감원 칼바람 사각지대'에 안주해온 공공기관 임직원들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정부 탓만 하며 기득권에 집착한다면 인력 구조조정과 시장경쟁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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