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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타저(投高打低)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반대로 올 시즌 프로야구는 개막전부터 방망이에 불이 났다. 투고타저란 투수들이 득세하고 타자들은 힘을 못써 점수가 적게 나오는 현상. 전문가들은 올 시즌 흐름을 예측하며 이 같은 ‘짠물 야구’의 보편화를 점쳤지만 자존심이 상할 법한 타자들이 보란 듯 화력 쇼를 과시했다.
지난 30일 시즌에 돌입한 프로야구는 7만6,808명이 몰린 개막전 4경기에서 총 54점이 나왔다. 종전 기록인 2000년 4월5일의 52점을 넘어 역대 개막전 최다 득점 기록이 새로 쓰인 것이다. 무더기 득점 행진은 시원한 홈런(7개)이 주도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처음으로 개막전에서 만루 홈런이 3개나 터졌다.
올 시즌 1호 홈런의 주인공은 두산의 오재원이었다. 그는 삼성과의 대구 원정 경기(9대4 두산 승) 1회초 2사 만루에서 상대 선발 배영수를 두들겨 만루 홈런을 뿜었다. 개막 첫 홈런이 만루포로 작성되기는 1990년 한대화(당시 해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하루에 한 번 보기도 힘든 만루 홈런은 이후에도 잇따라 터졌다. 두산 김현수가 4회 2사 만루에서 역시 배영수를 맞아 만루 홈런을 쏴 올린 것. 한 경기에서 한 팀이 만루포 두 방을 만들어내기는 프로야구 통산 11번째이자 개막전 사상 첫 번째 기록이다. 배영수는 2003년 6월 광주-한화전의 신용운(KIA)에 이어 한 경기에서 만루 홈런 두 개를 맞은 두 번째 투수라는 오명을 썼다.
이날 세 번째 만루포는 인천에서 나왔다. LG 정성훈이 SK전(7대4 LG 승) 8회초 1사 만루에서 왼쪽 담장을 넘긴 것. 앞선 7회말엔 SK 대타 조성우가 2점 홈런을 뿜었다. 개막전 대타 홈런으론 통산 5번째. 지난해까지 1군 경기에 한 번도 나서지 못했던 조성우는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리는 이변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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