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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2월 24일] 新 효부론
입력2009-02-23 17:22:51
수정
2009.02.23 17:22:51
정우택(충청북도지사)
“이모님, 노인병원이라뇨? 당연히 저희 집에서 모셔야죠!” 옆자리의 젊은 여성이 고즈넉한 커피숍의 침묵을 깬다. 머리카락이 희끗한 여성이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되받는다. “직장 다니면서 네가 그 수발을 어찌 들려고 그래? 어렵더라도 병원에 모시는 게 서로 편하지.” 서울 출장길에 잠시 들른 커피숍에서 본의 아니게 엿들은 두 여성의 대화가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자기중심적으로 고착화된 이 핵가족 시대에 저리도 아름다운 며느리가 있었구나. 그야말로 개화(?)되지 않은 어느 깊은 산골동네의 얘기도 아니고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말이다. 병환 중인 부모를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수발을 한다? 그것도 직장을 다니는 젊은 여성이? 어느집 자손인가 참 바르게 자랐구나. 흐뭇했다.
이후 어느 모임에서 커피숍 경험담을 얘기하며 아직도 이런 효부들이 있기에 이 사회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역설하자 한 젊은 여성이 머뭇머뭇하다가 이윽고 말을 꺼냈다. “저, 지사님. 요즘 젊은 며느리들은 병든 부모님을 집에서 모시려 해요.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장기입원에 따른 병원비를 무시할 수 없어 생긴 풍속도랍니다.” ‘그랬구나, 서울의 그 젊은이 역시 모르면 몰라도 병원비 부담때문에 시이모와 실랑이를 하고 있었던 게로구나’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씁쓸한 웃음이 배어나왔다.
그러면서 씁쓸한 웃음 뒤로 불현듯 한줄기 여운이 따른다. 그냥 떨쳐버릴 수도 지나칠 수도 없는 이 시대의 화두. 정녕 고령화 문제를 어찌하랴.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부양인원과 길어지는 부양기간의 함수를 조화롭게 풀 묘책은 없을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효부가 되는 현실을 타개할 방책은 없는 걸까.
누구든 나이 들면 그리 되는 법이라고 생로병사가 다반사니 참고 견디라고 주문하기에는 너무 가혹하다. 날로 심각해지는 고령화문제, 특히 장기투병노인의 부양의무를 개인에게만 책임 지우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효를 중시하는 동방예의지국에서 무슨 소리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노인복지예산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근래 들어 장기요양보험 등 정부가 접근하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부양부담에서 한숨 돌린 젊은이들의 인적ㆍ경제적 부가가치는 산업생산성으로 연계해 세입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될 때 왜곡된 오늘날의 효부론은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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