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현재 협상 중인 주요 자유무역협정(FTA) 조항에 상대 교역국의 환율조작 금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 정부가 한국에 "환율시장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것과 맞물려 한국이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TPP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상원 재무위원회의 맥스 보커스(민주·몬태나주) 위원장과 오린 해치(공화·유타주) 간사, 데이브 캠프(공화·미시간주) 하원 세입위원장 등 양당 의회 지도부는 9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 무역협상 신속추진권(TPA·일명 패스트트랙)을 다시 부여하는 법안을 공동 제출했다.
TPA는 무역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의회가 전권을 대통령에게 일임하고 협상 결과는 수정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의회는 투표로 승인이나 거부만 할 수 있다. 이는 국가 간에 합의한 협상내용이 의회비준 과정에서 수정될 수 있다는 상대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다.
한미 FTA에도 적용된 TPA는 지난 2007년 말 만료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TPP와 미국·유럽연합(EU) 간 FTA 등을 신속히 타결하기 위해 TPA 부활이 필요하다고 의회에 요구해왔다.
캠프 위원장은 "뚜렷한 협상진전을 이룬 만큼 패스트트랙 법안을 내년 1~2월까지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보커스 등이 마련한 법안에는 TPA 부활과 함께 노동·환경·지적재산권 보호와 함께 사상 처음으로 상대국의 환율조작 금지를 명문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정치권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FTA 체결에 반대하고 있는 노조와 환경단체 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의회 일각에서도 “모든 협상 과정과 내용을 정치권이 통제해야 한다”며 TPA 부활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날 샌더 레빈(민주ㆍ미시간주) 하원 세입위 간사는 “환율 조작국에 어떤 조치를 내릴지 불분명하고 해석의 여지가 많다”며 별도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TPA가 부활되더라도 의회 협의 과정에서 더 구체적이고 강력한 환율 조항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공화ㆍ사우스캐롤라이나주)과 데비 스타브노(민주ㆍ미시간주) 상원의원 등 6명의 미 의원도 전날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무역 협상에서 환율 문제를 취급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미 자동차 업체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빅 3’ 자동차 업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미자동차정책연구소(AAPC)는 9일 TPP에 환율 조항을 의무화하도록 촉구했다. AAPC는 매트 블런트 회장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TPP 최종안이 상대국 정부의 환율 개입을 확고하게 금지하는 강력한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며 “TPP 가맹국이 환율 조항을 어긴 것으로 드러나면 다른 가맹국들이 최소한 1년 관세 혜택을 중지하도록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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