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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융합'이 홀대받는 과학계

“미래가능성을 보고 융합학문에 뛰어들었는데 아직까지 연구비 따내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이브리드’ 라는 시대 흐름를 과학계는 여전히 다른 나라 얘기처럼 취급하는 것 같습니다.”(수도권 모 대학 부설 연구소 A연구원(37)) 과학계는 늘 유행을 늦게타서 일까. 최근 수년 새 학제 간 융합현상이 마치 ‘열병’처럼 대학가를 휩쓸고 있지만 최근 기자가 만난 한 융합학문 전공자는 융합얘기가 나오기도 전에 긴 한숨부터 쉬었다. 학부에서 항공우주학을 전공하고 융합학문이 열 새로운 시장수요를 기대하며 석ㆍ박사 과정을 정보통신(IT) 분야에 매진했지만 막상 국내 과학계는 그와 같은 ‘하이브리드형’ 과학자를 맞을 준비가 전혀 안돼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연구개발(R&D) 과제를 기획ㆍ제출해도 해당 대학은 물론 심사를 담당하는 정부와 관련 유관기관 조차 한결 같이 ‘뜬금 없는’ 표정으로 그를 대했다고 한다. 문득 그와 유사한 연배의 젊은 과학자 한 명이 기자의 머리를 스쳤다. 지난 5월 과학기술부 초청으로 방한, 세계 생물리학 연구분야 동향 등을 발표했던 하택집(39) 미 일리노이대 물리학과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단백질 간 상호작용, 생체 유도형 나노역학 소자 등에 대한 융합연구 성과로 세계 유력저널에 논문 70여편을 게재한 생물리학의 떠오르는 ‘샛별’이었다. 일단 이름부터 생소한 ‘생물리학(Biophysics)’은 생물학과 물리학을 결합한 신종 학문이다. “미국에서조차 최근 들어서야 각광을 받기 시작한 분야”라는 그의 설명에 기자는 당장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각광 받기 전부터 지금과 같은 화려한 경력과 연구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까.”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미국국립과학재단(NSF), 미국립보건원(NIH) 등 R&D 투자를 심사했던 정부기관들이 그의 연구제안을 늘 흔쾌히 받아줬다는 것이다. “생소하지만 당장의 연구성과를 바라지 않고 미래 가능성에 더 큰 점수 비중을 뒀던 것 같다”는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자신감에 넘치는 표정으로 옆자리에 배석한 김우식 과학기술부 총리에게 생물리학의 미래 비전을 얘기하던 하 교수, 그리고 실의에 빠져 있는 A연구원, 과학한국의 현실은 R&D 투자 ‘10조원 시대’라는 정부 구호 보다는 A연구원의 지친 표정에 투영돼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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