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공장 부지 등 대규모의 토지개발 이익을 전액 환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기업들이 부지 용도변경에 따른 과도한 이익을 얻는 것을 차단하면서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한 재원도 마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토지의 용도변경에 따른 이득은 어디까지나 ‘불로소득’인 만큼 이를 인정할 경우 자칫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 초고강도 이익환수대책 마련의 배경인 셈이다. 하지만 토지보유 업체들은 서울시가 애초 제시한 공공기여비율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개발이익 환수 방침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땅값 상승 이익에 대한100% 환수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면 차라리 개발 대신 부지 매각으로 선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시와 업체 간 개별 협상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개발 허용만으로도 큰 혜택”=서울시는 ‘신도시계획운영체계’ 시행에 따른 대규모 보유부지 개발로 얻는 이익규모에 대해 면밀히 분석한 뒤 협상을 진행해나갈 방침이다. 특히 지난 2월 말 시행계획에서 마련한 ‘공공기여비율’은 이익 환수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일 뿐이며 불로소득에 대한 전액 환수라는 전제가 이뤄진 뒤에야 협상위원회와 시행자 간 개별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2월에 제시한 용도지역 변경에 따른 공공기여비율(보유토지의 20~48% 기부채납)은 용도변경에 따른 용적률 증가분의 60% 환수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이는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시가 개발에 따른 이익 환수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자칫 특혜의혹으로 불거질 수 있는데다 기업들이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환수이익은 낙후지역에 재투자=시는 업체들로부터 거둬들인 개발이익을 경관지구와 고도제한지구 등 상대적으로 기반시설이 빈약한 지역에 투자할 계획이다. 개발 가능한 곳은 규제를 풀어주되 이 이익을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낙후지역에 투자하면 지역 간 균형을 꾀할 수 있는데다 환수이익의 사회적 공유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경관지구 등은 각종 규제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도로나 복지시설 등이 부족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사업시행자가 이들 지역에 보유한 토지가 있다면 건축물을 짓도록 한 뒤 기부채납을 받고 그렇지 못할 경우 국ㆍ공유지 등을 매입해 기반시설을 설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환수금액 산정 방식도 감정평가 금액 등으로 정해 가장 근접한 시세차익을 얻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시세와 공시지가 사이에는 차이가 많아 공시지가 기준으로 토지가격 상승분을 산정하게 되면 자칫 이름만 100% 환수에 그칠 수 있다”며 “이 같은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해 실제 땅값 상승분에 최대한 근접한 금액을 산정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개발 계획 보류 잇따를 수도= 업체들은 서울시의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면서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제시된 공공 기여 비율을 뛰어 넘는 수준의 이익 환수 방안으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업시행자는 “땅값 상승분의 100%를 환수하겠다는 것은 기존에 제시된 환수방안보다 훨씬 강도가 크다”며 “사전 협상단계에서 사업을 유보하거나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은 아예 사업 자체를 포기하고 토지를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시행자는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사업성마저 떨어지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도시계획운영체계가 단 한번 진행되는 이벤트성 개발계획이 아닌 만큼 개발시점은 시행자가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