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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4월 12일] 청년실업의 진짜 원인
입력2010-04-11 18:24:51
수정
2010.04.11 18:24:51
지난 토요일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 교육이 있어 강연을 들었다. 주제는 '아이를 잡지 마라'는 것이었는데 어찌나 재미있던지 모든 학부모가 쉬는 시간 없이 꼬박 2시간30분 동안 미동도 하지 않고 경청했다.
강연이 끝날 때쯤 강사가 "사람이 한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인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모두들 50분이라고 답했다. 그 순간 '2시간30분을 어떻게 집중할 수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은 진실이 아니다"라며 "그렇게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말로 강연을 끝냈다.
청년 실업의 원인이 '청년들의 높은 눈높이'라는 인식이 많이 퍼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정부 관계자들이 이런 얘기를 해서인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한 국민의식 조사에서도 청년들의 눈높이가 첫번째 이유로 꼽혔다.
이게 맞는 말일까. 일부 맞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첫번째 이유는 아닐 것 같다. 청년들의 눈높이가 가장 큰 문제라면 대책도 청년들의 눈높이를 낮추는 방안이 첫번째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실업대책을 총괄하는 노동부가 내놓는 대책을 보면 첫번째는커녕 마지막 순위에도 없다. 하기야 청년의 의식개조 외에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국민의식 조사를 다시 보자. 국민들은 일자리 창출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기업ㆍ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 개선을 첫손에 꼽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후려치지 않으면 청년들이 가기 싫어하는 저임금, 열악한 환경의 중소기업이 더 나은 임금과 환경을 제시해 더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청년들의 눈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받는, 잘릴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라는 정상적인 높이에 위치한다. 청년들의 눈높이를 낮출 게 아니라 이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일자리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들이 청년실업의 원인을 잘못 분석한 것은 높은 데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주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나마 처방은 제대로 내린 것 같다. 부모가 진실이 아닌 것을 강요하며 아이를 잡으면 안 되듯 정부도 근거 없는 주장으로 국민을 오도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청년실업의 그 많은 처방은 그만 내놓고 청년실업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부터 다시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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