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식품당국의 책임이 무겁다. 이번 파문은 식약청의 무신경과 무소신이 자초했다. 파문의 발단은 지난 23일 일부 라면 수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식약청의 6월 검사 결과가 뒤늦게 보도되면서다. 당시 식약청은 세계 어느 나라도 라면 같은 가공식품에는 벤조피렌 규제기준을 두지 않는다며 되레 큰소리를 쳤다. 언론보도 후 "끼니마다 평생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강변하기까지 했다.
그런 식약청이 단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불신과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희성 식약청장은 24일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부적합 원료를 사용한 완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게 행정 처분하는 것이 맞다"고 대답했고 식약청은 이튿날 문제의 제품에 대한 회수 명령을 내렸다.
끼니마다 먹어도 괜찮다는 말은 뭐고 뒤늦게 회수 명령을 내린 것은 또 뭔지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정말 해당 가공식품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식약청장이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모면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답변했는지 경위부터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외국의 규제사례가 없기 때문에 국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는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당국으로서는 무책임의 극치다. 국민대중의 대표적 먹거리인 라면의 안전성 기준이 이 정도라면 다른 먹거리 관리는 오죽하겠나.
식품회사들도 식약청 탓만 할 것이 아니다. 먹거리 안전에 조금이라도 의혹이 일면 정부당국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자진 회수부터 하는 것이 식품회사의 정도다.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는 먹거리 불신을 가중시킨 이번 파문에 대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밝혀야 할 것이다. 자체에 가공식품의 위해성 기준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