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슈베르트 만큼 아름다운 선율을 작곡한 음악가는 없는 거 같아요. 그 어떤 작곡가의 곡보다 더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음악들이죠. 슈베르트를 이렇게 오랜 시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기에 공연에 앞서 무척 떨린답니다." 뛰어난 표현력과 해석으로 전세계 클래식 팬에게 사랑받고 있는 첼리스트 양성원(42)씨는 오는 27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앞두고 아이처럼 설레는 모습이었다. 2007년 LG아트에서 4시간에 걸쳐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을 연주했던 그가 이번에는 3시간 40분에 이르는 슈베르트 공연에 도전한다. 양씨는 "순수한 작곡가이기 때문에 악기로 연주하기가 아주 까다롭고 어렵다"며 "오랫동안 연주하고 싶었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이제서야 자신감이 생겨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슈베르트를 택한 이유에 대해 "우선 음악에 푹 빠지게 한 작곡가가 바로 슈베르트였다"며 "대학 시절 첼로를 그만두고 싶었을 때 다시 음악을 할 수 있게 해준 작곡가 또한 슈베르트였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공연 준비에 대해 "틈만 나면 항상 연습을 한다"며 "이번 공연에선 관객들이 슈베르트 음악의 정수를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육체적인 면보다 정신적으로 더 힘든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에 앞서 양씨는 유니버설뮤직과 전속 계약을 맺고 신규 앨범 '슈베르트'를 선보였다. 지난 6월 영국 런던 템즈강 근교의 헨리우드홀에서 녹음한 음반으로 마치 공연 실황을 녹음한 것처럼 편집과 후반작업을 거치지 않았다. 1950년대 생산된 마이크 2대만이 유일한 '장비'였다고 한다. 양씨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선율을 음반에 담고 싶었다"며 "모든 양념을 제거하려 했고 저에겐 실제 연주회와 같은 그런 녹음 작업이었기에 큰 용기가 필요했으나 작업 결과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거장 첼리스트가 평소 듣는 음악이 뭐냐는 질문에 의외로 싱거운 답변이 돌아왔다. "제일 안 듣는 음악은 가요ㆍ팝ㆍ첼로음악 이런 것들은 멀리하는 편이에요. 대학 때는 워크맨으로 마이클 잭슨, 아바 등도 들었지만 요즘엔 끌리지 않더군요." 그는 음악가가 아니었으면 화가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양씨는 "사실 제일 하고 싶은 게 그림 그리는 일"이라며 "한국 작가 중에서 장욱진씨를 좋아하는데 슈베르트 음악과 잘 어울리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음악인이기에 앞서 한 남자로서 어느 날 떠날 때 최소한의 후회를 하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며 "오늘을 즐기라는 '카르포 디 엠'이란 말을 즐겨쓴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양성원의 슈베르트'는 27일 오후4시 LG아트센터에서 3시간 40분 동안 진행된다.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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