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의 비대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한 세력으로 더 기울게 해서는 안 된다"며 "한 세력이 독식하면 집권이 불가능하다. 만약 경선 후 운동장이 더 기울었다면 또 파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비대위가 범친노계 의원 위주로 구성됐다는 중도 성향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우윤근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에 반대 의사를 에둘러 표명한 것이다. 특히 원내대표는 당연직으로 비대위원에 포함되는 만큼 중도 성향 의원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범친노계가 원내대표직을 양보해 비대위가 균형점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원내대표 경선 후보로 등록한 인물은 범친노계의 우윤근·이목희 의원과 중도계의 이종걸·주승용 의원 등이다.
중도 성향의 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합의추대를 요구했다. 중도 성향의 김동철·최원식 의원 등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당내 분열과 비민주성, 불공정성을 극복하고 선명한 원내투쟁을 이끌어갈 적임자를 집단지성으로 추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실상 중도 성향의 이종걸·주승용 의원 등으로 후보를 압축한 뒤 추대 형태로 원내대표를 선출하자는 주장이다. 주승용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경선날인) 오는 9일 오전까지 머리를 맞대 당내 화합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우윤근·이목희 후보의 양보를 압박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경선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원내대표를 선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중도 성향 의원들이 범친노계에 원내대표직을 양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인물론 대신 계파 안배 차원으로 원내대표 선출에 접근하려는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당내 한 재선 의원은 "비대위 구성은 문희상 위원장이 임명해 이뤄진 만큼 계파 간 안배가 필요할 수 있지만 원내대표는 의원들 간의 투표로 선출해왔다"며 "중도 성향 의원들이 비대위에서 제외됐다고 원내대표직을 양보하라는 것은 오히려 경선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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