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미국 텍사스 변두리. 베트남 전쟁 참전 영웅 르롤린 모스(조쉬 브롤린)는 사막 한 가운데서 마약상들이 벌인 총격 현장을 우연히 발견한다. 모스는 십여명의 시체가 나뒹구는 곳에서 마약과 함께 240만 달러가 들어 있는 돈 가방을 찾는다. 마약엔 손대지 않고 돈 가방만 들고 나오지만 피를 흘리고 있는 멕시코 갱단원 생존자를 외면한 채 돌아온다. 베트남전에서 죽어가는 전우를 떠올리며 동정심이 생겼던 걸까. 모스는 ‘물을 달라’고 애원하던 갱단원에게 물 한통 건네주려고 사건 현장을 다시 찾지만 그곳에서 마약 조직원들에게 발각되고 도주한다. 모스는 악당들을 피해 도주길에 오르지만 청부 살인업자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는 돈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선다. 쉬거의 살인 행각은 엽기 그 자체다. 산소통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는 것도 모자라 수갑을 찬 상태에서 경찰관을 뒤에서 목졸라 살해하는 등 그의 행각은 참혹하기 그지 없다. 그렇다고 베트남 참전의 베테랑인 모스가 호락호락 당할 리 없다. 모스와 쉬거는 서로에서 치명적인 총상을 남기며 극한 대결을 벌이는데…. 과연 최후의 생존자는 누가될까. 천재와 악동이란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코엔 형제(에단ㆍ조엘 코엔)가 서스펜스 스릴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이번 작품은 탄탄한 구성과 돋보이는 연출력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1996년 개봉돼 극찬을 받았던 ‘파고(Fargo)’ 이후 최고의 영화라는 국내외 전문가의 호평이 끊이지 않을 정도. 작품이 주는 최대 미덕은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것. 영화의 러닝 타임은 122분으로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지루한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서스펜스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이 코엔 형제의 작품을 직접 봤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서스펜스 영화가 ‘남용’하기 일수인 과도한 사운드와 배경음악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관객이 이러한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감독은 치밀하게 계산했다. 작품은 오는 24일 할리우드에서 개최되는 200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ㆍ감독상 등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말로서는 긴박감을 표현하기 부족한 수작. 21일 개봉, 18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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